금융위기 관리 '팀워크는 없고 개인기만'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9.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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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감원 '따로 국밥식' 대응

-금융감독 기구, '단독플레이' 위주
-금융수장들도 통일된 목소리 대신 엇박자
-운용상의 문제점 되돌아봐야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총체적인 금융위기 관리 체계가 불확실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정부 안팎에서는 시스템 차원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시스템 운영상의 난맥이 더 큰 문제라고 보고, 범정부 차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따로 국밥'식 위기 대응=현재 정부 구조상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에 대한 관리·감독 전권은 금융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외환정책 등 국제금융은 기획재정부에서 담당하고, 외환보유고와 통화정책은 한국은행 소관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에 대한 현장 감독을 위주로 한다.

이런 시스템은 이명박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감독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과거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을 금융감독위원회에 통합해 금융위를 출범시키면서 비롯됐다.



그러나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4개 기관이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조직적이고, 유기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채 각자 자기 영역만 지키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는 이번 사태가 해외에서 촉발됐다는 이유로 선제적인 대응을 하는데 머뭇거렸고, 재정부는 관할업무 밖이라는 점을 들어 국내 금융시장 안정방안에 대해서는 개입을 꺼렸다.

한은도 고유업무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 때문에 한발짝 물러서 있는 모양새다. 형식상 민간기구인 금감원은 과거 금감원 때부터 이어져온 고질적인 갈등으로 금융위와의 시너지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주식 공매도 현황 점검을 둘러싼 불협화음만 노출시켰다.


경제수장들도 일치된 목소리 대신 '단독플레이'로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한 것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어려운 시기가 더 지속될 것이고, 실물경제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급기야 한승수 국무총리가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다며 이 총재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기까지 했다.



이달초 '9월 위기설'이 금융시장을 혼돈으로 몰고 갔을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외국인이 보유한 수조원의 만기도래 채권이 일시에 이탈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괴멸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설'이 난무했는데도 사전에 공동대응을 하지 못한채 '뒷북' 대응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도 관련 기관별 공조 고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때 되풀이 됐다.

감독체계 '기름칠' 필요=금융불안에 대응하는 최상위기구라고 할 수 있는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는 현재 김동수 재정부 제1차관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김 차관은 과거 금융정책을 다뤄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제금융 정책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대신 물가 관리에 주력하고 있어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이끌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부 장관이 직접 주재하기에는 참석자들의 면면상 격에 맞지 않아서 경제정책 조정 라인인 김 차관이 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관련 당국의 '하모니'가 약하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이명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토요일인 지난 20일 오전 경제 관련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들을 긴급 소집해 효과적인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언제라도 닥칠수 있는 국난적 금융위기에 대비해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급격한 기구 통합보다는 현재의 시스템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감독 기구의 통폐합보다는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대신 파생상품 등에 대한 금융규제 완화를 돌다리도 두들기고 가는 식으로 접근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스템은 갖춰져 있는데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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