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19일(15:0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HSBC가 결국 외환은행 (0원 %)(KEB)보다 더 매력적인 매물을 찾아 떠났다.
HSBC가 그 중에서도 외환은행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인수 후 전반적인 운영을 기존 경영진에 위임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이후 매해 평균 1조5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안정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인수금으로 6조원 이상을 제시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 JP모건은 베어 스턴스를 12억 달러에, 바클레이즈는 리먼을 17억5000만 달러(주식중개 사업부 및 부동산 자산)에 인수했다.
HSBC 경영진이 한국 정부의 승인 이후 외환은행을 기존 계약대로(60억 달러 가량) 사들였다면 주주들의 배임소송을 우려하는 처지에 빠졌을 수도 있다. 국제금융의 변방에서 일 년 넘게 딜을 끌고 있는 모습이 이상할 정도로 월가에 먹이감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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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은 물론 전 세계적인 소매금융 네트워크를 보유한 HSBC는 은행의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고수한다. 투자은행(IB)의 공격적인 채권 및 파생상품 투자방식에서는 벗어나 매출을 기준으로 각각 30% 가량의 비율로 기업금융, 소매 개인금융, 유통시장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손실액이 미미한 것도 이런 원칙의 결과다.
HSBC는 예상대로 미국으로 건너가 모건스탠리와 워싱턴 뮤추얼 등의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꼭 이들이 아니더라도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처럼 부실채권(NPL) 형태로 수많은 투자수익 기회를 노릴 전망이다. 외환은행을 포기한 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이제 다시 관심은 투자자 환원이 시급한 론스타가 50% 이상의 외환은행 지분을 어떻게 처분하느냐다. 론스타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지만 금융 당국은 금산법에 위배되지 않은 후보라면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인수승인을 내리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당국으로선 론스타가 재매각을 결정하고 국내 후보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한 때 국책은행 기능을 수행했던 우량은행을 보존한다는 명분도 있다.
당초 HSBC와 딜이 깨질 경우 소수지분 블록 딜을 고려했던 론스타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포함한재매각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1만8000원대의 주가가 1만2000원 이하로 내려간 것이 가장 큰 부담이고 여러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 블록 딜이 개별협상(Private) 방식의 재매각보다 느릴 수도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 농협 등 기존 국내 원매자는 인수검토에 돌입했지만 금융시장의 혼란이 외환은행의 자산 가치를 상당부분 떨어뜨렸다. 초조한 건 론스타이지 원매자들이 아닌 상황도 재매각의 변수다. 더구나 원매자들의 신용여력이 1~2년 전보다 현격히 저하됐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HSBC가 6조원의 가격을 두고 딜을 포기한 것은 재매각의 상한선을 설정했다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