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전망은 1년 후에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신용불안으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미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그 파급효과는 클 것이며, 해외로부터의 수요도 늘어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수출위주의 한국경제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이한 미국정부는 향후 2년 동안 사상 최대 규모인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고, 유럽과 아시아 정부 역시 유동성 확보와 금융시장 안정조치를 내놓으며 공조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경제지표가 부진하지만, 그 동전의 이면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엿보인다. 둔화되는 경기는 먼저 우리 경제 큰 부담인 유가 등 원자재의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치솟은 환율도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원화약세는 적자로 악화된 경상수지를 다시 흑자로 바꾸는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정부의 정책이 먹혀드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힘을 모으면 한 번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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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근 대우증권 경제금융파트장은 "거시경제변수의 회복속도가 빠르진 않겠지만 4분기나 연초부터 바닥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정부의 정책이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는 4분기 경상수지 흑자전환 가능성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동부증권은 환율과 무역수지의 관계의 경우 실질실효환율에 6~12개월의 시차를 두고 부(-)의 관계로 반응한다며, 원화가 약세(환율상승)를 보인 뒤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신용카드 해외 사용이 줄고 가계의 국외소비도 급격히 줄어 서비스수지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화탁 동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수지와 서비스수지가 실질실효환율에 반응하는 시차를 고려하면 4분기 이후 경상수지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환율도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도 향후 거시경제 지표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보고 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경제는 위기(Crisis)가 아니다. 향후 거시경제 변수도 긍정적인 요소가 많이 있다"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먼저 원자재 가격의 폭등세가 약해질 것이며 내년부터 당장 경제에 부담이 되는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폭등세가 완화되고, 기름 값이 하락하면 물가압력 또한 줄어들 것"이라며 "물가압력이 줄어들면 정부정책의 유연성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상승의 압력이 수그러들면 정부가 각종 경기부양책을 펼 수 있고, 이자율 인하를 통해 기업투자 활성화와 소비진작 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해외시장이 좋지는 않더라도 한국 경제 자체로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물가가 잡히면 정책적 측면에서 경기부양책을 펼칠 수 있는 여력이 많아진다"며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면 경기를 좋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경제 펀더멘털과 기업실적이 나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단기적으로 환율, 외채, 은행 신용 등의 문제가 잘 해결되면 주식시장도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