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弗이면 충분할까, 잘될까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9.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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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재무부와 연준(FRB)이 20일(현지시간) 내놓은 7000억달러의 부실 채권 구제법안으로 이번 신용위기를 잠재울 수 있을까. 대공황이후 최악의 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최대 규모의 공적 자금 투입에 대한 효과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대적인 부실채권 매입에 따라 모기지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이어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주택시장 침체에 반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7000억달러로 충분할 지, 투입되는 국민세금은 어떻게 회수할 수 있을 지 등 남아있는 문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간 금융기관과 주택소비자들의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준다는 도덕적 해이, 대규모 구제에 따른 정부 재정 악화 등도 적지않은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와관련, 뉴욕타임스는 21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7000억달러의 구제법안과 같은 광범위한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대대적인 공적 자금 투입 없이는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가는 금융위기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절박함이 팽배해있다는 것이다.



전 연준 부의장이었던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번 법안은 매우 적절한 조치다. 모기지시장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관되게 모기지담보증권을 사서 강하게 개입해야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정부와 중앙은행, 의회의 지도자들은 현재의 금융시스템 문제가 우울한 정도가 아니라 종말적(apocalyptic)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너무 많은 집에서 이자 지불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은행들은 피를 흘리고 있다. 신용시장은 새로운 금융 창출을 막고 경제성장을 막을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일본처럼 10년의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침체'라는 열차는 역을 떠났지만 '회복'이라는 다음 역에 닿을 때까지 5년 대신 18개월 정도만 가면 된다"고 말했다. 은행이 대출 창구를 열어 모기지 이용이 보다 쉽게 이뤄지면 소비자들이 집을 살 여유를 갖게된다. 이는 집값이 오르거나 적어도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블라인더 교수는 "이번 위기의 뿌리는 주택시장이다. 신용파생이나 스왑시장은 집값만 잡히면 자연스럽게 회복된다"고 자신했다.


이코노믹 폴리시 인스티튜트의 저레드 번스타인은 "지나친 위험 선호가 이번에는 너무 심각한 위험 회피로 쏠리고 있다. 신용이 우수한 사람, 기관까지 대출을 얻을 수 없다. 월가는 홀로 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대적인 관치를 보는 근본적인 회의도 없지 않다. 대규모 부실 모기지자산을 매입한 이후 적절한 때 이를 되팔아 국민세금을 낭비하는 일이 없거나 이익을 내야하는데, 현재 복잡한 모기지자산의 가격이 얼마인지, 납세자들이 얼마나 부담을 져야하는지 측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정부는 시장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사겠다(역경매방식)는 원칙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의 매입, 매각 가격은 추후 상당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 몰린 투자은행들은 예외없이 모기지버블에 무턱대고 뛰어들어 한때는 사상최대의 이익을 냈었다. 모기지버블 붕괴로 궁지에 몰리자 막대한 세금을 지원받게됐다. 이들 투자은행들은 정부의 지원을 어떻게 생각할까. 혹 '뒤를 보지 말고 일단 다음 버블에 베팅해라'는 식의 메시지로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2000년들어 시작된 부동산시장 호황이 2년전부터 자연스럽게 조정받는 과정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시각도 있다. 신용경색은 피할 수 없는 조정이라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이에 편승해 모기지증권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했고, 버블 붕괴에 위기로 몰렸다.

와코비아의 마크 비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너무 오랜기간 신용시장은 호황을 지속했다. 당분간 고통스런 조정이 이어지겠지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추가상각도 불확실하다. 지금까지 4500억달러 정도를 상각했지만 루비니 교수의 경우 1.1조달러를 더 상각해야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다. 상각이 늘어나면 세금 투입 요구도 증가할 것이다.

7000억달러로 주택시장, 모기지시장이 살아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주택시장이 계속 가라앉으면 금융위기는 반대로 부상하기 마련이다. 지난 8월말 현재 30일 이상 연체된 모기지의 비율은 현재 총 6.6%로, 6월말 5.8%와 작년 동기 4.51%에 비해 상승했다. 특히 서브프라임(비우량) 대출 연체율은 24.48%에 달해 6월과 7월에 비해 2.2%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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