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 도이치의 위기극복법

프랑크푸르트(독일)=이새누리 기자 2008.09.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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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금융강국 KOREA] 세계 금융리더를 해부한다 ②도이치방크

2007년은 도이치방크에게도 힘겨운 시기였다. 온 대륙을 강타했던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도이치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도이치 증시는 118유로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금융불안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으면서 11월에는 81유로로 약 30% 가량 폭락했다.

막판에 89유로로 소폭 올랐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위험이 증가하고 높은 감가상각을 요구하는 은행들이 많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내할 입맛을 잃어버린 지 오래.



하지만 도이치는 쉽게 위기를 얘기하지 않았다. 악몽 같던 한해를 보내고도 도이치는 2007년을 돌아보는 리뷰에서 2008년 주주총회 때는 각 주식당 4.5유로에 해당하는 12.5%의 배당금을 더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기투자의 장점에 대해서도 믿음직한 모습으로 일관하며 신뢰를 불어넣었다. 1980년초 1만유로 상당의 도이치 주식을 산 후 배당금을 재투자하고 출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는 다른 펀드에 가입하지 않고도 2007년말 15만유로의 가치가 있는 포트폴리오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같은 기간 평균 10.5%의 수익을 올린 독일증시지수 DAX와도 비슷한 수준.



다른 투자은행들에 비해 매력적인 조건을 내걸며 투자자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도이치에도 그럴 만한 여력이 있다는 것을 표출하는 자신감인 셈이다. 이처럼 '경제=심리'라는 점을 잘 활용한 전략은 도이치의 견고하고 튼실한 이미지로도 연결된다.

▲리먼브러더스 뱅크하우스 프랑크푸르트 본점. <br>
지난 15일부터 영업정지됐다. ▲리먼브러더스 뱅크하우스 프랑크푸르트 본점.
지난 15일부터 영업정지됐다.


위기설이 위기를 부른다는 말 역시 서브프라임을 바라보는 도이치의 시각과 일맥상통한다. 도이치 고위관계자는 "서브프라임사태는 점차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부분으로 퍼졌나갔다"며 "아무런 이상이 없던 기초자산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이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해석했다.

예를 들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레버리지론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줄었지만 이것은 순전히 레버리지론이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레버리지론을 바라보는 수요자들의 문제라는 얘기다. 수요가 사라지니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원리다.


도이치방크 조셉 애커만 CEO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미국 주택시장의 불안과 실업, 물가상승 압력의 부정적인 영향으로 2008년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해이고 불행히도 도이치방크 역시 이런 트렌드에서 예외는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렇지만 전세계 큰손들과의 대화에서 내 설득처럼 도이치방크의 프랜차이즈 지점들은 주주들의 롱텀(long-term)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아주 정확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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