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의 강한 의지는 뺏을 수 없다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장 2008.09.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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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논어 이야기]필부불가탈지야(匹夫不可奪志也)

공자는 평생 동안 인(仁)의 실천을 위해 헌신해 왔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있기에 가능했다. 공자는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고 특히 마음을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공자의 인간존중 사상을 잘 나타내는 구절이 있다.

“삼군가탈수야(三軍可奪帥也) 필부불가탈지야(匹夫不可奪志也) : 삼군이나 되는 대군을 통솔하는 장수를 빼앗을 수는 있어도, 한 사나이의 강한 의지는 빼앗을 수 없다.”



공자 당시에 삼군(三軍)은 제후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많은 군대의 규모였다. 일군(一軍)이 1만2500명이었으니 삼군(三軍)은 3만7500명이다. 이 처럼 막강한 군대를 호령하는 총사령관을 빼앗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름도 없고 빛도 없는 평범한 소시민인 한 사나이의 마음을 빼앗을 수는 없다. 공자는 그 만큼 인간을 존귀하게 여겼고 남의 인격과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힘없는 한 사나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힘 있는 총사령관을 빼앗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점을 간파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삼군(三軍)의 총사령관이라는 인간이 준 지위보다는 개인이 각자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굳은 의지가 보다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진정한 사랑의 실천은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할 때 이루어진다.

힘과 권력으로 사람을 굴복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마음까지야 빼앗을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람의 마음은 들풀과 같다. 들풀은 바람이 불면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엎드릴 뿐이다.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고개를 내민다.

아무리 힘 없는 존재일지라도 그 마음을 억지로 뺏기란 어려운 일이다. 匹夫不可奪志也의 좋은 사례를 세계적인 명저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인 빅터 프랭클 박사가 보여주고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로서 의사로 활약하다가 2차 대전 중 히틀러 치하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부모, 아내, 두 자녀와 함께 체포되어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 처참한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가족 모두 수용소에서 억울한 죽임을 당한다.

이러한 시련을 통하여 그는 생사의 문턱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하나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자신이 반드시 살아남아 수용소에서 일어난 일을 알려야겠다는 목표가 있어서 생존 의지가 생겼다.

결국 살아남아 자신의 경험을 책에다 담았다. 이 책 속에서 저자는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에 대하여 실감나게 기록하고 있다.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나 민첩한 사람들이 오히려 먼저 무너지고 허약해 보이는 사람들이 끈질기게 버티어 나갔다. 처음에는 이런 현상을 이상하게만 여기다가 점차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수용소의 처참한 조건에서 견디어 나가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고난에의 의미를 깨닫는 사람, 삶의 뜻을 알고 있는 사람들임을 알게 되었다. 극심한 고통 중에서도 이웃 동료들을 돕는 마음을 지닌 사람,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들이 오히려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관찰하게 된 것이다.

반면에 아무리 인간적인 수단이 탁월하고 체력이 좋아도 삶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고난을 견디지 못하고 쉽사리 무너짐을 보게 되었다. 그는 언제 끌려가 죽을지 모르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나를 둘러싼 환경이 아무리 억압적이고 혹독할지라도 외부 상황에 대한 나의 태도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어떤 억압 속에서도 마음을 빼앗을 수 없다는 匹夫不可奪志也의 생생한 사례를 프랭클 박사가 증언하고 있다. 그러면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마음을 사는 것이다.

인간은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면 감동한 나머지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이솝 우화에 나오듯이 사나운 바람은 나그네의 겉옷을 벗길 수 없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햇볕만이 길가는 나그네의 두터운 외투를 벗길 수 있다.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지름길은 그들을 고귀한 존재로 여기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갈 때 가능해진다. 지금부터 만나는 사람들에게 匹夫不可奪志也라고 외친 공자의 참뜻을 이해하고 가슴으로 다가가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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