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주택 확대, '신도시 공동화' 우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8.09.2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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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도심 회귀와 개발 답습, 올드도시로 전락 가능성

정부가 주택공급 전략을 신도시 건설에서 도심 개발로 선회하면서 수도권 신도시의 공동화가 우려되고 있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9.19대책에서 주택공급 전략을 종전 도시 외곽의 신도시 개발을 통한 도시 확산에서 도심공급 활성화 등 도시내 충전개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도심내 재개발·재건축과 역세권 개발을 통해 180만 가구, 서울 인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40만 가구를 각각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수치는 2기 신도시 등 수도권 외곽 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 80만 가구의 3배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문제는 실수요자들이 어떤 곳을 선택하느냐다. 현실적으로 직장이 가깝고 문화·여가 생할을 향유할 수 있는 도심대신 신도시를 선택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도심에 공급하는 소형·임대주택은 핵가족화나 단독 가구 증가 추세와 맞물려 실수요가 몰릴 공산이 크다. 여기에 인프라 부족에 따른 교통난은 신도시로의 이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에 대해 사업추진기간을 단축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다, 역세권과 철도부지 개발 역시 대부분 국유지가 많아 개발기간이 짧아지는 만큼 검단·동탄2·오산세교 신도시 등 2기 신도시 분양 시점과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도심과 신도시에서 동시에 분양이 진행될 경우 실수요자들은 교통지옥이 불가피한 신도시보다 도심내 주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은 교육, 문화 욕구 등을 이유로 도심 회귀 경향이 강하지만 집값이 높아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저렴한 도심주택이 대량 공급되면 실수요자들의 도심 회귀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예측은 일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1970년대 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도쿄 등 대도시 인근에 신도시를 집중 개발했다. 그러나 교통난으로 인해 도심 회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도쿄 등 대도시 외곽에 개발됐던 신도시는 단카이 세대(47~49년생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한 뒤 신세대가 외면하면서 점차 '올드(old) 타운'이 돼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00년대 들어 개발정책을 신도시 건설에서 도심개발로 전환했고 이는 롯본기힐, 미드타운 등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식 정책 실패가 우리나라에서 고스란히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상하는 이유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심 공급 정책은 대규모 분양을 앞둔 수도권 2기 신도시와 경합을 벌여 신도시 미분양을 야기시킬 것"이라며 "수요 진작 측면에서의 규제 완화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민석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심 주택공급 확대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자칫 이제야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는 2기 신도시의 공동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도심주택 공급목표 달성에 연연하기보다 신도시와 도심간 역할을 재해석해 일본식 정책 실패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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