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美패권 붕괴의 전주곡?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9.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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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한 경제-카스테라]

"앞으로 수년간 세계적으로 큰 경기침체가 올 것이다. 그런 뒤 다시 일어서는 아시아권 나라들이 미국의 헤게모니를 나눠가질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는 헤게모니 이동의 시작이다."(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197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헤게모니 상실이 이라크전과 최근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표면화됐다. 앞으로 달러화의 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럽연합(EU) 등이 나눠갖는 '다원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양동휴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기, 美패권 붕괴의 전주곡?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이 가까워졌다고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계기가 됐다. 미국 금융패권의 상징인 투자은행(IB)들이 3∼5위까지 차례로 쓰러지거나 팔려나갔고, 2위 모간스탠리마저 위험하다. 미국 최대 보험사 AIG는 파산 직전까지 갔고, 미국 5대 은행 와코비아마저 부실 우려에 놓여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한 것도 미국의 경제패권에 일격을 가했다. 미국에 부여된 최고 신용등급 'AAA'를 언제든 박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 국채는 더 이상 금과 동급으로 취급받을 수 없게 됐다. 최근의 금값 폭등이 이를 말해준다.



국가신용등급 하향 예고는 미국 최후의 보루인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세계 경상거래 결제통화 가운데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고정환율제) 출범 후 미국이 60여년간 누려온 '세뇨리지 효과'(화폐주조 차익)도 더 이상 미국의 것이 아닐 수 있다.

정치·군사적으로도 미국 패권상실의 조짐은 뚜렷하다. 미국이 중동 석유시장에서 달러화의 주요 결제통화 지위를 지키려고 벌인 이라크 전쟁은 도무지 끝이 나지 않는다. 러시아는 서방의 견제를 가볍게 무시하고 그루지야와 전쟁을 벌이며 건재를 과시했다.

11세기 이후 서양의 경제 패권국은 100년 안팎을 주기로 바뀌었다. 비잔틴에서 도시국가 베네치아와 제노바로, 다시 스페인·포르투갈, 네덜란드·벨기에,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갔다. 미국이 패권을 쥔 시점을 놓고는 1890년부터 1944년까지 학자마다 견해가 다양하다.


1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영국이 경제패권을 상실한 1914년을 미국 헤게모니의 시작으로 본다면 6년 뒤인 2014년이 100년째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서구에서 2번의 주기, 약 200년에 걸쳐 패권을 지킨 나라는 비잔틴제국과 영국을 제외하고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머지않아 미국의 경제패권 시대가 종말을 고할까? 그렇지 않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근거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끊임없이 유입되는 이민, 둘째 교육시스템의 경쟁력, 셋째 대안 부재다. 특히 달러화에 대한 '대안 부재'는 경제 헤게모니의 이양 자체를 어렵게 한다. 유로화, 엔화, 위안화 모두 기축통화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만약 미국이 단기간내 패권을 놓친다면 그 다음은 좋게 말해 '다원체제', 나쁘게 말하면 '혼란' 그 자체다. '기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차기 기축통화 지위를 원하는 국가들조차도 갑작스러운 헤게모니의 이동은 원하지 않는다. 미국 경제패권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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