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모두 내수경기 위축과 신용경색 여파로 1~2년 전과 같은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있지만, 1위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린 게 아니다. 외환은행의 자산규모가 100조원에 불과하지만 인수 성공시 우리·신한·KB금융지주 등 빅3의 경우 확고한 1위를 유지할 수 있다.
KB국민지주 못지않게 관심을 보이는 곳은 하나지주이다. 최근 2년간 자산성장속도가 늦어지며 선두경쟁에서 밀려난 상태다. LG카드 인수전에서 신한지주에 밀리는 등 M&A 시장에선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산규모가 260조원대로 '3강 1약' 구도를 '4강' 체제로 바꿀 수 있다.
◇고민하는 신한·우리지주 우리·신한지주의 경우 내부 여건이 녹록치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이미 민영화가 예정된 산은·기업은행 (13,790원 ▲50 +0.36%)을 인수해 50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메가뱅크(초대형 은행)'을 만들자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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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영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공기업의 조속한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해 인수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우리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공적자금 조기회수를 추진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과 상충된다.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포트폴리오가 고루 분산돼 있는 신한지주는 외환은행 인수시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인수한 LG카드를 끝으로 당분간 자체성장에만 주력한다는 입장을 세운 상태다. 론스타가 어지간히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농협 역시 하나금융과 비슷한 처지다. 총자산이 170조원 가량에 불과하지만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선두대열 진입이 용이해질 수 있다. 더욱이 농촌지역에 몰려있는 영업망의 한계도 뛰어넘을 수 있다.
◇매각 표류 가능성은=외환은행이 상당 기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론스타가 HSBC와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진행하던 때와 환경이 너무 달라진 탓이다. 잠재적 매수자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외부변수가 매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골드만삭스·모간스탠리 등 세계 1,2위 투자은행(IB)까지 M&A 가능성이 거론된다. 론스타가 제시한 가격의 적정성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국내 금융시장 여건도 예전만 못한 상태다.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하지만, 지금이어야 하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 수 있다.
론스타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를 글로벌 신용경색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잠재적 인수 후보들과 매각협상을 벌일 수도 있고, 외환은행 지분을 정부 승인 없이 10% 이하로 쪼개 팔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매각가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HSBC가 인수를 포기한 것도 가격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이 재추진되려면 가격을 크게 낮춰야 하는데,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과연 투자손실을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론스타 역시 외환은행을 재매각하는 데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