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돌아온 외환銀 인수전 어디로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8.09.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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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정부 상대로 소송 가능성 배제 못해

인수 가격을 놓고 재협상을 벌여오던 HSBC가 19일 외환은행 (0원 %) 인수 포기를 전격 선언함에 따라 3년 가까이 끌어온 외환은행의 재매각이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한 때문이지만 더 먹음직스러운 매물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원점 돌아온 외환銀 인수전 어디로


특히 최근 국제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 몸값을 대폭 낮추지 않는 한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은행 (0원 %)하나은행 (0원 %) 등 과거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국내 은행들도 과거와는 달리 외환은행 인수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격 조정 실패가 원인= HSBC는 ‘가격 조정 실패’를 인수 포기 첫 번째 이유로 꼽고 있다. HSBC는 이날 "론스타와의 협상에서 HSBC가 수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합의하지 못했다"면서 "지난해 9월에 발표된 계약조건에 따라 외환은행 (0원 %)의 지분 인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론스타와 HSBC는 외환은행의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인수가를 재조정해 왔다. 외환은행 주가는 전날 주당 1만2650원으로 지난 4월 계약연장 당시 1만5700원에 비해 3000원 가량 하락한 상태다.



HSBC는 외환은행 지분 51.02%를 60억1천800만 달러(약 6조원)에 인수하기로 론스타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금융회사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이어서 HSBC 입장에서는 원래 계약대로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 가격이면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을 인수할 수 있기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 매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 불똥 금융당국으로? = 금융감독 당국의 심사 지연도 결과적으로 외환은행 재매각 불발에 영향을 미친 셈이 됐다. 금융위원회가 승인심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지만 승인이 언제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금융위가 언제 승인해 줄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주주들에게 마냥 기다리라고 설득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는 HSBC 관계자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계에서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포기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이어서 자칫 외환은행 또는 국내 금융회사에 문제가 있어서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해외 자금조달이 더 힘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광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로 해 왔기 때문에 그런(심사지연에 따라 인수가 무산됐다는) 부분들은 상당 부분 이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에 실패한 책임을 한국 정부에 떠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사 지연으로 결국 외환은행 매각에 실패한 만큼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것.

이미 론스타는 지난 7월 외환은행의 매각 승인 절차가 계속 지연될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금융위에 전달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의 승인 지연으로 외환은행 매매계약이 파기될 경우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 손실분을 포함해 20억 달러(약 2조원) 정도 규모의 소송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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