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실 정리기구' 진전…주가급등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9.1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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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C' 설립 불확실성 해소 기대…위기 막바지 관측

미 정부의 부실채권 정리기구 설립 방침이 구체화되면서 금융시장 혼란이 진정될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전날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던 미국 증시가 급반등 발판을 마련, 다우지수가 410포인트 상승하는 폭발력을 보여준데는 부실채권 정리 기구가 설립될 것이라는 관측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 폴슨 재무, 의원 설득..의회도 '긍정적' 관측



미국의 CNBC방송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금융권의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정부 기관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익명의 월가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오후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폴슨 장관이 이같은 방안을 들고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자 양원 합동경제위원회(JEC) 의장인 찰스 슈머도 "미국 재무부와 연준이 신용위기를 해결한 포괄적이고 더 영구적인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가에서는 금융부실이 구체화되면서 일찌감치 이같은 기구 설립의 불가피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은 최근 발간된 저서 '격동의 시대'에서 "납세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실자산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구 즉, 정리신탁공사(RTC: Resolution Trust Corporation)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모기지 채권 투자로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빌 그로스 핌코설립자도 정부가 6조달러로 추정되는 모기지채권가운데 부실 부분을 매입해주면 신용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위기대처 마지막 수순..'불확실성 해소'


역사적으로 RTC와 같은 부실채권 처리기구의 설립은 금융위기 처리의 마지막 단계, 다시 말해 최후 수단으로 도입되는게 일반적이었다.

다시 말해 RTC 설립추진은 '위기'가 개별 금융기관의 '유동성문제' 차원을 넘어 전체 금융권의 차원으로 확산됐고, 앞으로도 추가 부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또 공적자금, 즉 국민의 세금이 천문학전 단위로 부실 금융회사 구제에 쏟아부어질 것을 예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것은 시장의 가장 큰 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문제가 생긴 금융회사에 대해 그때그때 다른 '땜질식'처방으로 시장의 불안감이 확대되는 것보다는 부실채권 처리 시스템을 '공식화'하는 것이 시장의 불투명성을 감소시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이미 패니 매와 프레디 맥에 최대 2000억달러, AIG에 850억달러, 베어스턴스에 300억달러의 '공공 자금'이 투입됐지만 그때마다 지원여부와 방식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고, 시장은 싸늘하게 얼어붙어야 했다.

RTC를 설립하게 되면 이같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시장의 충격이 줄어들고, 장기에 걸쳐 부실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금융회사들은 부실부문을 RTC에 털어내 정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영업을 할수 있게 돼 신용경색도 풀릴 수 있다는게 미 정부와 시장의 기대이다.

◇ 문제점 불구 '대안' 없을듯

미 정부가 설립을 구상중인 기구는 19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 사태 해결을 위해 설립했던 RTC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TC는 무수한 소형 은행들이 파산한 1989년, 무려 4000억달러를 투입, 747개 예금기관의 부실 채권을 사들였고, 이후 수년에 걸쳐 부실자산을 매각했다.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정부는 RTC운영 경험을 활용, 한국에 자산관리공사 설립을 권고했었다.
자산관리공사는 예금보험공사(미국의 FDIC에 해당)와 함께 17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매입함으로써 마비된 금융시스템을 회복시키고 금융회사들의 재무건전성을 회복시켰다.

그러나 과거 1980년대말 미국이나 1990년대 말 한국의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RTC나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한 부실채권은 대부분 일반 대출 형태였고, 상당부분은 실물 담보가 뒷받침됐다. 따라서 매입하는 자산도 단순했고, 시장이 회복되면서 공적자금 회수도 비교적 원활했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미 금융권의 부실자산은 1,2,3차 파생과정을 통해 가치가 부풀려져 있고, 담보율도 극히 낮을수 밖에 없다.
해당 금융회사들조차 가치를 제대로 매기지 못하는 자산을 '건전'과 '불건전'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가뜩이나 사상 최대수준인 재정적자를 눈덩이처럼 확산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미 국민과 경제의 부담을 가중시킬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눈앞의 '쓰나미'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이 부실자산 처리 비용을 부담할수 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RTC설립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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