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위기…해외개발사업도 영향권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8.09.22 11:20
글자크기

대부분 국내서 자금조달, 신규투자 중단땐 타격

캄보디아에서 개발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A건설 B차장은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를 지켜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A건설은 한 달 전 캄보디아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C은행으로부터 외화대출 형태로 조달했다. 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전인데다, 달러 부족이 심할 때가 아니어서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자칫 타이밍을 놓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2~3주 연기됐다면 하염없이 C은행의 승인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려야 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국 월가발 금융위기가 국내 건설사들이 추진 중인 해외개발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건설·부동산시장 침체로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산유국들이 발주하는 플랜트공사는 물론 주택·오피스 개발사업,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개발, 자원개발+플랜트건설 패키지딜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까지 유동성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해외개발사업까지 자금 조달난에 직면하게 됐다. 금융권이 신규 투자를 대부분 중단할 조짐이기 때문이다.

플랜트의 경우 막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한 자체자금이 대분이어서 문제가 없지만, 주택 및 인프라 개발사업은 P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특성상 금융권이 신규 투자를 중단하면 곧바로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자금조달원은 국내 금융권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진출한 지역이 대부분 베트남,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등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이어서 금리가 국내보다 높고 금융시장 여건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해외개발사업은 국내 금융권을 통해 외화대출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 현지에서의 토지 취득과 인허가를 거쳐 본격적으로 공사비를 조달해야 하는 프로젝트들이 국내 금융권의 신규투자 자제 움직임으로 PF가 막혀 버릴 상황에 놓였다.

특히 달러 부족이 심화되면서 외화대출이 어려워 진 것이 자금 조달난을 가중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달러 부족은 리보금리의 원금리(Basis Point) 상승으로 이어져 금융비용까지 늘어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이 초기단계라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아파트 분양과 같은 단기성 PF와 함께, 준비를 마치고 본격 자금조달이 필요한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선 PF를 해줄 수 있는 여력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금융권이 신규PF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며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PF 시기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주택과 인프라 개발사업은 최소 1~2억 달러에서 최대 10억 달러를 넘는 것도 있다"며 "국내 금융권이 자금조달에 보수적으로 나설 경우 자금 조달난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