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리먼 내년 2월까지 인수하려 했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09.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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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스톡옵션 빠져나갈 의도 없었다"

지난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한 리먼브러더스와 인수 협상을 벌였던 산업은행은 올해 9월 경영계획이행약정(MOU)를 체결한 뒤 6개월의 구조조정을 거쳐 내년 2월말 투자를 끝내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리먼의 우수 인력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톡 어워드'(Stock Award)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스톡어워드는 퇴직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 주식으로 지급되는 일종의 상여금이다.



아울러 리먼 인수 후 신주 인수를 통해 지분을 49.9%까지 확보하고, 중요 결정사항에 대한 거부권을 갖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필요시 경영진 교체는 물론 경영 참여도 추진했다.

산업은행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리먼브러더스 인수 검토 현황 보고' 자료를 통해 이같은 인수협상 과정을 공개했다.



민유성 행장은 이날 정무위에 출석해 "지난 6월께 리먼과 하나은행으로부터 20% 정도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용의가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며 "그러나 7월 18일 리먼에서 직접 연락이 와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6개월간의 구조조정 기간을 둔 것은 회사 분할을 통해 부실자산과 고위험 자산을 '배드 컴퍼니(Bad Company)'로 이전하고 '굿 컴퍼니(Good Company)'에 투자해 위험을 차단하는 구조로 협상하기 위해서였다"며 "리먼의 부채 비율도 높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거쳐 일반 상업은행 수준의 부채 비율을 유지하는 방안도 시나리오에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 행장은 "만약 이 6개월 동안 회사 경영상 중대한 변화가 있었을 때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내걸었다"며 "혹시 있을지 모를 신용 등급의 하락, 유동성 위기에 따른 파산 위험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조건으로 협상을 한 것으로 리먼은 투자구조나 투자 전제조건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당시 시장에서 리먼 가격은 주당 15~17달러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었는데 우리가 제시한 인수가는 6달러 40센트였고, 리먼은 17달러 50센트를 요구했다"며 "양측이 인수 가격에 합의하지 못해 최종적으로 협상 중단을 통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그러나 인수에 성공하면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 리먼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를 서울에 유치하고, 세계 주요국에 10~15개의 코리아 데스크를 설치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을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민 행장은 '리먼 인수가 무모한 시도였지 않느냐'는 의원들의 공세에 대해 "인수했다면 경영 양해각서(MOU)로 경영진을 콘트롤 하는 방법을 택할 예정이었다"며 "국책은행이 민영화되면서 국내시장에서 경쟁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되겠다는 명제도 있었다"고 응수했다.

그는 또 "금융위원장에게 최초 보고시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었지만, 조심해야 할 사항이라는 조언이었지 지시는 아니었다"며 "청와대와는 이건에 대해 직접 협의한 적이 없다"고 청와대 개입설을 일축했다.

민 총재는 "개인적으로 리먼이 산은의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고 시장에 신뢰감을 줬다면 파산보호 신청까지는 안 갔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리먼은 유동성 위기 때문에 무너졌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민 행장은 리먼 스톡옵션 보유 논란에 대해 "이사회 보고서에 이해상충의 여지가 있고 딜이 성사되면 포기한다는 문서를 남기고 구두로도 보고했다"며 "저로서는 최선으로 이해상충을 방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 재산 신고시 빠져나갈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있는 그대로 행정안전부에 보고했고, 관보에 기재가 안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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