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8.09.1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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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초능력, UFO, 비의학적 치료법의 신봉에서부터 스포츠나 도박을 둘러싼 미신, 인간관계에 관한 착각, 일상의 통념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근거 없는 믿음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합리적이고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왜 그럴까.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모멘토 펴냄)은 미신ㆍ오신(誤信)ㆍ속설의 생성 메커니즘을 인지심리학과 사회심리학의 개념들을 활용해 명쾌하게 풀어낸다. 생각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합리적 사고의 핸드북'이다.



올해에 성적이 좋았던 자녀, 실적이 뛰어났던 회사는 일반적 기대와 달리 내년에는 그만큼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평균회귀 효과' 때문이다. 평균회귀란 두 변수 가운데 한 변수가 극단적 값을 보이면 다른 변수는 더 평균에 가까운 값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통계적 사실이다.

이걸 몰라 생겨난 미신의 대표적 사례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징크스'다. 잡지 표지에 사진이 실린 선수는 운이 나빠진다는 얘기다. 진실은 간단하다. 선수들은 한동안 실적이 탁월해 뉴스 가치가 커졌을 때 표지에 오르게 마련인데 몇 주간 그토록 잘한 뒤에는 평균회귀 효과에 따라 슬럼프가 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또 기대와 선입관에 따라 사실을 달리 인식한다. 예컨대 검은 색의 부정적 연상 효과 때문에 검정 옷을 입은 사람은 공격적으로 보인다. 미식축구의 전문 심판들조차 검정 유니폼을 입은 팀에 평균보다 훨씬 많은 페널티를 주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판단에 근거한 오류도 흔하다. 상대방의 아기가 입양아인 줄을 모르고 "엄마랑 눈이 똑같네"하며 감탄하는 경우가 그렇다. 복잡한 두 개체의 수많은 특징 가운데 몇 가지 닮은 점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누구든 점성술이나 성격검사 결과에서 보편적인 성격 특성을 나열한 걸 보고 '바로 내 얘기'라고 생각한 적이 있지 않은가.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토머스 길로비치 지음/이양원ㆍ장근영 옮김/모멘토 펴냄/320쪽/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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