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리신탁공사 부활하나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9.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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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에 대한 850억달러 긴급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다우지수가 17일(현지시간) 4% 넘게 폭락하자 정리신탁공사(RTC)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뉴욕 월가와 워싱턴 정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RTC는 1980년대 저축대부업계 붕괴(S&L사태) 때 극약처방으로 설립됐던 부실채권 인수기구다. 1989년 미 정부는 RTC를 통해 4000억달러를 투입, 747개 예금기관의 부실 채권을 사들였다. 물론 수많은 지방은행 파산이 줄을 이었다. RTC는 이후 수년에 걸쳐 부실자산을 매각했다.



RTC가 국민세금의 공식적인 투입이라는 점에서 백악관과 의회는 애초 부활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월가 신용경색이 연이은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폭되자 마지막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이날 크리스토퍼 도드 미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와관련 연준(FRB)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서 비롯된 부실채권을 매입해 처분하기 위한 기금을 설치,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궁극적으로 RTC와 유사한 기능의 기관을 설립해야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하원 금융 위원회 위원장인 바니 프랭크 의원(민주당)은 보다 직접적으로 "RTC와 유사한 기구를 설립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18일 월가와 워싱턴에서 미국인의 세금이 투입돼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자산을 인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실 자산을 떼어내야만 은행들이 정상적으로 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1989년부터 1991년까지 RTC를 진두지휘했던 윌리엄 시드먼은 "금융기관의 큰 손실은 채권자나 주주 아니면 정부가 떠안기 마련이고 지금 이 작업이 한창"이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국민들이 손실을 부담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RTC 부활은 뜨거운 감자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세금을 동원하는 것을 쉽게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서는 지금 금융기관의 부실 상품을 별도로 관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보다 근본적인 불가론을 피력했다.

과거의 RTC는 대부분 상업용부동산만 처분하면 됐다. 지금 부실 자산은 매우 복잡하다. 파생상품으로 얽혀있어 우량자산과 부실 자산을 분리하는 것 조차도 어렵다. 하나의 모기지증권이 여러 단계의 결합과 분리 과정을 거친 경우도 많다. 지난 여름 신용경색이 터지자 감독당국은 금융기관들의 기법을 제대로 감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었다.

RTC 도입을 주저하는 쪽은 금융위기가 아직 실물경제에 치명타를 날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실업률 6.1%는 S&L 사태 후유증이 컸던 1992년 7.8%에 비해 상당히 낮다. 수출기업들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며 미경제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가 가라앉고 있고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등 실물 경제의 위축이 멀지않았다는 견해가 더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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