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폭풍이 걷히고 바다가 평온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이것은 단지 소망에 불과할 뿐 한 개인의 의지나 노력에 의해서 해결될 일이 아님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심지어 이번 폭풍의 발원지인 미국조차도 단시일 내 이 거대한 바람을 잠재울 수는 없는 일이다.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말이다.
하지만 ELS 및 관련 상품 투자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자신의 돈이 허공으로 사라져 가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이 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원금이 안전한 줄 알고 투자했기 때문에 투자손실이 안겨주는 아픔은 주식과 펀드에 비해 몇 배 더 클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 원인은 간단하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 금융불안의 뇌관인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가 그렇듯이 초심에서 벗어나 투자의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ELS는 당초 원금을 보장하면서 적정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을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 적정 수익률이 얼마라고 규범에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의 증시 추이에 비추어 10% 내외가 아니겠나 생각된다. 그런데 2005년 이후 발행되어 판매된 ELS들의 평균적인 목표수익률은 대개 15%는 넘는 것이 많고 20%를 넘는 상품도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상품 구조상 이런 높은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선 그 대가로 당연히 원금 안전성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원금비보장형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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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우리나라에 ELS가 처음 도입되던 무렵엔 당초 상품 개발 취지에 부합하는 원금보장형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점차 주식시장이 활황을 띄어 가면서 인기를 잃게 됐고, 그 빈자리를 원금비보장형이 메우면서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변질되다 보니 올해와 같은 폭락장에서 재산을 갉아 먹는 원흉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따지는 것이 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큰 반성은 금융기관들의 몫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투자자보다 정보의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 사태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없다면 금융기관은 시장을 잃는 재앙을 맞이할 것이다. 다시금 ELS에게 본래의 모습을 찾아 줘야 한다.
그리고 투자자들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내 피 같은 돈을 막연한 기대감과 판매하는 상담자의 말 몇 마디만 듣고 맡겨서야 되겠는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품에 투자하지 말아야 할 일이고 투자하려면 그 상품이나 자산에 대해 먼저 철저히 공부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어떤 상품이나 자산이건 돈을 굴리려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새겨둬야 할 진리는 “무지하고 귀 얇은 사람에게 행운은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