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미국의 붕괴가 두려운 이유

머니투데이 박형기 통합뉴스룸 1부장 2008.09.1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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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미국의 붕괴가 두려운 이유


국제적 신용평가 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미국 금융시스템이 붕괴 일보직전이다.

미국 정부가 AIG에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마저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날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각각 24%, 13% 폭락했다.



실제 모건스탠리는 인수합병을 모색하고 있으며, 중국 최초의 투자기관인 시틱(CITIC, 중신증권)과 인수합병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미래의 최대 경쟁자가 될 중국 자본도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 지를 짐작할 수 있다.

만약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마저 손을 든다면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붕괴됐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미국은 너무도 다급한 나머지 IMF 당시 우리에게 그렇게 강조하던 ‘시장’도 무시하고 있다. 리먼을 버리면서 AIG는 살리는 것은 미국도 전혀 시장 친화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AIG를 버리지 않은 것은 리먼보다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미국의 금융은 말도 안되는 파생상품으로 모래의 성을 쌓았다. 지금은 그 모래의 성이 무너지면서 미국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스스로 노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IMF 때 미국 자본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했던 우리 입장에서 미국 금융시스템의 위기가 고소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 금융의 붕괴는 세계경제에 험난한 앞날을 예고한다. 세계 금융의 헤게모니가 공중에 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위기가 아니더라도 인구구성상 당분간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는 생산과 소비의 핵심이었다. 미국이 2~3년 후 서브프라임 충격을 벗어난다 하더라고 베이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따라서 미국이 예전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2014년까지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누가 미국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일본이 풍부한 엔화를 바탕으로 약간의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세계경제의 리더십을 행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고령화 사회로 이미 ‘좀비 경제’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유럽연합으로 거듭났지만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고 있지 못하다. 나라마다 경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ECB가 미국의 FRB와 같은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영국의 금융가인 ‘시티’가 월가를 대신해 세계 금융의 중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파운드화가 달러를 대신해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에는 영국의 경제규모가 너무 작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중국이 미국의 확실한 대안이지만 미국을 넘어서려면 향후 최소 20여년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금융 분야에 취약하기 때문에 위안화가 달러를 대신해 세계의 기축통화가 될 날은 중국이 실물경제 부문에서 미국을 제친 이후에도 상당 기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미국뿐이다. 미국이 당분간 고전하겠지만 그래도 믿을 곳은 미국이다. 인구 학자들은 현재 선진국 중 21세기 후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유일한 나라로 미국을 꼽고 있다. 이민 등을 통해 인구 유입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본모습을 회복하기 전까지 세계 금융의 헤게모니는 공백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그만큼 높아질 것임을 예고한다. 예전에는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왔을 때, 미국의 FRB만 잘하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의 FRB만 잘해서는 금융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몰락을 마냥 고소해할 수만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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