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공포에 무너진 FRB

머니투데이 김주연 MTN 기자 2008.09.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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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FTSE 선진국지수 편입 호재 역시 제 역할 다 하긴 힘들것

이미 때를 놓친 것일까. 깊어질 만큼 깊어진 불신의 골 앞에서 시장을 향한 정부의 인위적인 노력은 그 빛을 발하지 못했다.

어제 미국 정부가 AIG에 대해 850억 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을 집행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밤 마감한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금융주를 중심으로 일제히 급락하며 마감했다.

AIG 위기가 진정됐음에 대한 안도감 보다 모건스탠리, 워싱턴 뮤추얼 등 다른 금융 기관들도 줄줄이 도산할 수 있을 것이란 공포감이 투자 심리를 지배하는 모습이었다.



리먼브러더스 이후는 누가 될 것인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서로 돈 빌려주기를 꺼려 리보 금리는 9년만에 최대폭으로 올라 3개월 짜리 리보는 0.19% 포인트 오른 3.06%를 기록했다.

여기에 기업의 부도 위기 정도를 반영하는 신용디폴트스왑(CDS) 스프레드도 치솟았다. 골드만삭스는 420bp에서 500bp로 확대됐고 JP모건체이스는 185bp에서 205bp로 CDS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금융 기관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투자자들도 금융 기관들을 믿지 못하는 등 불신이 시장 전체에 팽배해지며 오늘 새벽 마감한 뉴욕 증시는 금융주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S&P가 단기 신용 등급을 한 단계 상향 조정 했지만 AIG의 주가는 이 날도 45.3% 폭락했다. 와코비아와의 합병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모건스탠리 역시 주가가 24.2% 폭락했고,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워싱턴 뮤추얼의 주가도 13.4% 하락했다. 이 외에도 UBS는 15.5%, 메릴린치는 12.71%의 낙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밤 다우지수는 4.06% 하락한 10609.66에, 나스닥 지수는 4.94% 하락한 2098.85에, S&P500 지수는 4.71% 하락한 1156.39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 증시의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 선진국지수 편입 확정이라는 소식도 호재로서 그 효력을 십분 발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양경식 하나대투 투자전략 실장은 “오늘 우리 증시 역시 금융주를 중심으로 한 약세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양 실장은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이 확정 됐다고 해서 당장 시장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일단 포트폴리오가 조정되는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이머징 마켓에 있던 자금들과 스위칭돼야 하는 부분도 있으므로 선진국지수 편입의 효과는 1년여 지난 후에야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일시적인 상징적 호재로서의 역할도 100% 기대하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양 실장은 “그러나 선진국지수 편입이라는 소식은 분명한 호재이기 때문에 그 상징적 효과는 크진 않지만 분명 있을 것”이라며 “미국 내 금융 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고 뉴욕 증시도 폭락했지만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이 주는 심리적 위안감이 오늘 국내 증시를 지난 화요일 같은 패닉 상태로 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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