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위기, 월가 M&A 소용돌이로 내몰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9.1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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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로이드TSB, HBOS 인수 등 살길찾아 합종연횡…금융구조 변경 신호탄

월가가 '신뢰 위기'에 빠졌다. AIG의 정부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질 않고 있다. 더 많은 금융기업들이 실패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 기업들의 망하지 않기 위한 이합집산이 더욱 가속화돼 금융산업의 구조가 바뀌는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투자자들 불안감을 키워 '신뢰 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공포 심리에 사로잡히고 글로벌 금융 산업의 부도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시장을 사로잡음에 따라 뉴욕 증시는 3년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주가 폭락으로 금융기업들은 유동성을 조달하기 더욱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월가 금융기관들은 자구 노력 차원 혹은 위기 극복을 위해 매각 혹은 인수·합병(M&A) 추진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투자은행 모델이 상업은행에 흡수돼 사라질 수 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BNP파리바의 채권 애널리스트인 다니엘 스켐브리는 "이러한 시장에서는 어떠한 일도 가능한 상황"이라며 "시장은 투자은행 모델이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 로이드TSB, HBOS 전격 인수 등 M&A 소식 봇물

BBC는 이날 영국 최대 모기지 은행인 HBOS(핼리팩스스코틀랜드은행)이 로이드TSB은행과 합병해 280억파운드(500억달러)의 대형 모기지 은행이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로이드TSB는 HBOS를 120억파운드(주당 232펜스)에 인수키로 했다. 로이드 TSB가 HBOS를 갑자기 인수했다는 소식은 금융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도 금융기관의 잇단 인수·합병(M&A) 추진 소식을 전했다. NYT는 모간스탠리가 지역 은행계의 강자인 와코비아와 합병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존 맥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가 와코비아로부터 합병에 관심이 있다는 전화를 받았으며, 이와 함께 다른 옵션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NYT는 이와 함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최대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이 골드만삭스를 주간사로 선정하고 수일전부터 인수 의향을 가진 금융회사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웰스파고, JP모간체이스, HSBC 등 모기지 피해가 비교적 적은 대형 은행들이 잠재적 매수자로 떠오르고 있다.

◇ 메릴린치 피인수 선택 현명한 결정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되는 것을 선택한 것이 매우 약삭빠른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러스트컴퍼니오브더웨스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제프 군드락은 "메릴린치는 매우 현명하게 움직였다"면서 "BOA에 인수됨으로써 금융 시장 불안에서 한발 물러나 관조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연일 들려오는 금융회사들의 인수 관련 소식은 가뜩이나 취약한 투자자 불안을 더욱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AIG에 대한 850억달러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후속타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려있는 것도 이러한 불안감을 방증한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금융주의 폭락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자유 낙하'(Free Fall)을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UBS는 '광기를 멈춰라'(Stop The Insanity)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시장이 지나친 충격에 휩싸였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 M&A 물결 금융산업 구조 바꾸다

이 같은 M&A 물결이 몰아치고 있는 것은 금융산업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미 한 시대를 풍미하던 일부 대형 월가 기업들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의 잇단 몰락은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투자은행 모델의 실패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러한 폭풍 속에서 살아남은 투자은행인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 하락은 면치 못하고 있다.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각각 올들어 43%, 27%씩 하락했다.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채권 조달 비용도 급증했다.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들의 채권이 정크본드와 비교해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백악관마저 금융기업들의 연쇄 부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는 월가의 도박 문화에 대해 일갈했고,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는 부모 투자자들을 보호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러타박&코의 투자전략가인 피터 브루크바는 "신용경색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면서 "모간스탠리의 예상보다 좋은 실적에도 주가는 꿈쩍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카스 반 프라그 골드만삭스 대변인은 "최근 주가 하락은 펀더멘털에 근거한 완전히 비이성적인 우려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의 맥 CEO도 공매도를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우려와 루머가 사로잡은 시장의 한가운데 있다"면서 "공매도가 모간스탠리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당국은 금융 시스템 위기를 막기 위해 지금껏 9000억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이은 AIG에 대한 정부 자금 투입은 정부 자금 투입에도 시장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시장이 투자자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아직 먼 길을 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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