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누구?' 美 시장혼란 끝 안보인다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9.1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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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다우 450p↓… AIG구제불구 불안 확대

미 정부의 AIG 구제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반등 하루만에 또다시 주저앉았다.
AIG외에 다른 금융회사들이 추가로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금융주를 중심으로 '팔자'가 쏟아졌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449.36포인트(4.06%) 폭락한 1만609.66으로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57.20포인트(4.71%) 떨어진 1156.39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109.05포인트(4.94%) 내려앉은 2098.85로 장을 마쳐 하락폭이 가장 컸다. 나스닥 지수 하락폭이 100포인트를 넘은 것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증시가 재개장한 첫날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전날 AIG에 850억달러를 쏟아붓기로 했음에도 한번 깊어진 '신뢰의 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기존주식가치가 거의 사라지게 된 AIG는 물론 투자은행 빅5가운데 살아남은 골드만 삭스와 모건스탠리, '다음 차례'로 일찌감치 거론돼 온 워싱턴 뮤추얼 등의 주가를 선두로 금융주가 폭락을 주도했다.
S&P500 업종지수 가운데 금융지수가 9.2% 폭락, 하락폭이 가장 컸다.



◇ 막바지 '짝짓기' 관측속 금융주 폭락

850억달러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금융지원을 연준으로부터 받게 된 AIG는 이날도 주가가 45.3% 폭락, 주당 2.05달러로 주저앉았다.
정부가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기존 주주 주식가치가 거의 제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작용했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AIG의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한단계 상향했다.
AIG가 보증하는 자회사와, 계열사 ILFC 등급 역시 동일하게 조정했다.
하지만 시장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남은 2개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인 모건스탠리는 와코비아와의 합병을 검토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역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 뮤추얼이 인수자를 찾기 위해 입찰을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웰스파고, J.P모간 체이스, HSBC 등 모기지 부실로 인한 피해가 비교적 적은 대형 상업은행들이 잠재적 매수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다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상업은행과의 합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모건스탠리 주가는 전날에 비해 24.2% 추가폭락, 21.75달러로 내려앉았다. 골드만삭스는 13.9% 내린 114.50달러, 워싱턴 뮤추얼은 13.4% 떨어진 2.01달러를 기록했다.
모기지 관련 부실로 인해 추가로 문을 닫는 금융회사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감이 해당 회사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그러나 장 막판 인수합병 관련 보도가 집중되면서 장마감후 시간외 거래에서 금융주들이 반등기미를 보이고 있다.

◇ 공매도 규제 강화 '뒷북?'..재무부는 채권 발행, 연준 지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주가하락과 금융시장 불안을 가속화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공매도(Short Selling)'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장치를 발표했다.

SEC는 공매도 이후 '3일 결제'시한까지 해당 주식을 양도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이후에는 공매도 이전에 해당 주식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공매도를 못하게 했다.

일부 브로커와 트레이더들은 주식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이른바 '네이키드 숏셀링(Naked Short Selling)' 거래를 한뒤 5-10일 뒤에야 주식을 인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SEC는 새로운 규정을 18일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도드 미 상원의원은 앞서 17일 SEC가 불법적인 공매도에 보다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데 대해 실망했다고 비난했다.
존 맥 모건스탠리 회장(CEO)도 이날 정부의 AIG 구제조치에도 불구하고 자사 주가가 30% 가까이 폭락하고 있는데는 '공매도'세력의 개입이 작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연준의 요청에 따라 이날 오후 35일 만기 국채 400억달러 어치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재무부의 채권발행은 연준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한시적인 '재정보완프로그램(Supplementary Financing Program)'에 따른 것이라고 재무부는 밝혔다.

◇ '안전자산' 최고, 금 유가 폭등

금융시장 대혼란으로 인해 '안전자산'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금값이 사상 최대폭으로 뛰어올랐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에 비해 온스당 70달러(9%) 폭등한 850.50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자료확인이 가능한 1980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금 선물 거래는 1974년부터 시작됐다.
금값은 장 마감후 전자거래에서도 20달러이상 추가 상승했다.

유가는 급반등했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배럴당 6.01달러(6.6%) 오른 97.16달러로 마감했다.
주식시장 및 달러 급락으로 상품시장으로 단기 자금이 이동하면서 유가 강세가 가속화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들어 유가와 달러가치의 상관관계는 0.8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유가급락세에 가려있던 에너지 재고 감소추세도 부각되는 분위기이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2센트(1.41%) 급등(달러가치 하락)한 1.43달러를 기록하는 등 달러화 가치가 폭락했다.
엔/달러 환율도 0.69% 하락한 104.92엔을 기록, 달러 약세 현상을 반영했다.

◇리보금리 9년래 최대폭등, TED스프레드 '블랙먼데이'이후 최대

국제 금융시장의 단기 자금 사정을 대표하는 지표인 리보(Libor:런던은행간 금리)가 9년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또 리보와 미 국채 수익률과의 차이인 TED스프레드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17일(현지시간) 팩트렛 리처치에 따르면 3개월 리보금리는 3.0635%로 전날에 비해 19bp상승했다. 이는 1999년9월 29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리보금리가 급등한 것은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은행들이 대출을 꺼림에 따른 것이다.
반면 3개월짜리 미국채 금리는 이날 0.11%로 급락,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투자자금이 안전한 단기 국채로 몰림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이로 인해 3개월짜리 리보와 미 국채와의 금리차를 의미하는 TED 스프레드는 302bp까지 확대됐다.
이는 1987년10월20일 이른바 '블랙먼데이'당시보다 확대된 것이며 지난 4월 베어스턴스 구제 발표 직후에 비해서도 100bp 이상 높은 것이다.
평상시 TED스프레드는 25bp 이내에서 움직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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