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위기 불씨 안꺼져" 경계심 유지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이상배 기자, 오상헌 기자 2008.09.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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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위기 불씨 안꺼져" 경계심 유지

- 강만수 장관 "미국발 위기 시작인지, 끝인지 알기 어려워"
- 전광우 위원장 "외환보유고 여유 있다 말할 수 없어"
- 靑 고위관계자 "부화뇌동하지 말고 냉철히 대응해야"

경제, 금융 당국 수장들이 17일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잇따라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가 마지막 남은 뇌관인 AIG에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하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이 급반등했지만 고위 당국자들은 여전히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인지, 끝인지 솔직히 알기 어렵다"며 "이 문제가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9월 위기설의 배경인 외화유동성 부족과 관련,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의 이탈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추가로 미국 자금시장의 경색이 일어나고 자금 회수가 본격화되면 어찌될지 단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롤오버(만기상환 연장)도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연기에 대해서는 "자금 경색이 심하고 금리가 높아 발행을 연기했다"며 "국제금융시장이 풀릴 때 발행하겠지만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400억 달러 수준인 외환보유고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강 장관은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자본수지도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에 회계상 외환보유고가 계속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여유 있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권고하는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약 1400억 달러) 보다는 많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국제 금융시장 환경이 열악하고 자금조달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외환보유액이 좀더 여유가 있어도 좋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가 미국발 금융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부화뇌동하면 주가가 더 떨어지는 만큼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투자자들의 냉철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존폐위기에 몰린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의 전망이나 손익여부와 관계없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는데, 여기에 부화뇌동해 같이 매도하면 주가는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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