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남은 3개의 '뇌관'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9.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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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S 시장경색, MMF 손실, 옵션ARM 대출부실

전세계를 뒤흔든 '뉴욕발 금융위기'가 기로에 놓였다. "이제 끝"이라는 낙관론과 "이제 시작"이라는 비관론이 공존한다.

세계 최대 보험사 AIG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자금지원 덕에 파산을 모면하면서 금융위기가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낙관론이다. 반면 앞으로 미국에서는 많게는 1000개의 은행이 도산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미국발 금융위기, 남은 3개의 '뇌관'


문제는 2차, 3차 위기의 도화선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위기의 향배는 여기에 달려있다. 남은 3가지 금융 뇌관들을 점검해본다.



◇ CDS 시장 경색= 가장 큰 위험요인은 부도위험에 대한 보험에 해당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시장이다. CDS란 어떤 채권의 부도위험만 따로 떼어낸 것으로, 부도위험을 떠안은 쪽은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로 일종의 보험료(프리미엄)를 받는다.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4위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CDS 시장의 경색을 몰고올지 모른다는 것이 월가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다. 리먼은 CDS 시장의 10대 큰손 중 하나였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리먼이 계약을 맺고 있는 CDS의 규모는 명목금액 기준으로 무려 8000억달러에 달한다.



리먼의 파산으로 이 CDS 물량이 일시에 쏟아져 나올 경우 CDS 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CDS 시장의 경색은 가뜩이나 위축된 미국 자금조달 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우려가 있다.

또 CDS 거래를 통해 리먼 채권에 대한 부도위험을 떠안은 투자자들은 리먼의 파산에 따라 채권의 담보 회수 수준인 약 40%를 물어내야 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세계 CDS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말 58조달러에 달했다.

◇ MMF 손실= 머니마켓펀드(MMF) 시장도 금융위기의 잠재적 뇌관이다. 전통적으로 MMF는 미국에서 예금과 국채에 이어 가장 안전한 상품으로 취급돼왔다. 우량기업의 기업어음(CP)이나 중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사실상의 예금보전형 상품이다.


그런 MMF가 최근 리먼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손실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 뉴욕에 소재한 리저브 매니지먼트는 16일(현지시간) 자사가 운용하는 MMF인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의 순자산가치가 기준가인 주당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MMF에 편입해둔 리먼브러더스의 CP와 중기 채권의 가치가 리먼의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0'(제로)가 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MMF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은 지난 1994년 커뮤티니 뱅커스 뮤추얼펀드가 청산된 뒤 14년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리먼에 이어 미국 최대 저축대부은행 워싱턴뮤추얼, 미국 4대 은행 와코비아은행 등 부실 우려가 높은 다른 금융회사들까지 무너질 경우 MMF의 손실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MMF의 손실은 금융위기의 마지막 버팀목인 상업은행들에까지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 옵션 ARM 대출 부실= 만약 미국 주택금융시장에서 '2차 위기'가 터진다면 그 도화선은 아마 '옵션 변동금리모기지(ARM)'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대출 초기에는 아주 낮은 이자만 내고 시간이 지나면서 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나도록 설계된 상품이 바로 옵션 ARM이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비우량(서브프라임) 등급 바로 위인 알트-A 등급의 대출 가운데 상당부분이 옵션 ARM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알트-A 등급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 때 소득검증이 꼼꼼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알트-A 대출 가운데 최대 70%가 자신의 소득을 부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부실 우려가 높은 와코비아은행의 경우 알트-A 대출 규모만 1220억달러에 달한다.

바클레이스 등 투자은행(IB)들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 나간 옵션 ARM 대출 가운데 최대 45%에서 연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향후 2년간 미국에서 960억달러 규모의 옵션 ARM 대출 조건이 재조정되고 채무자들의 상환부담이 평균 60%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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