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인수한 바클레이즈는 어디?

머니투데이 권현진 MTN 기자 2008.09.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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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중심지 뉴욕->런던 이동 가능성

영국 바클레이즈가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투자은행(IB) 사업부문 일부를 17억5000만달러에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세계 금융의 중심이 미국에서 런던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물의의 핵심은 '월가 공룡들'의 연쇄적인 도산에 있다. 3월 베어스턴스가 매각되고 이번주 리먼과 메릴린치도 줄줄이 침몰했다.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JP모건과 골드만삭스 2개를 제외하고 죄다 붕괴된 것이다.



그렇다면 '월가 공룡들'에 첫번째로 손길을 내민 바클레이즈는 어떤 곳일까. 바클레이즈는 영국에서 세 번째로 큰 상업은행이다. 전 세계 50개국에 4,750개 지점을 갖고 있다. 리먼을 인수한 바클레이즈PLC는 바클레이즈 비즈니스 뱅크, 바클레이즈카드, 바클레이즈 캐피털 등의 일종의 지주회사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현지법인이 아닌 지점이 진출해 있다.

바클레이즈가 본격적으로 국제무대로 진출한 것은 1920년대다. 당시 바클레이즈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일부 국가들이 영국의 식민지가 되면서 세력을 넓히기 시작했다. 1960년대 영국에서 최초로 나온 신용카드도 바클레이즈 발행이다.



당장 바클레이즈는 리먼 브러더스의 IB 부문을 인수하기로 했다. 바클레이즈가 상업은행으로서 대규모 인수에 나선 것은 이번 리먼 건이 처음이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바클레이즈는 IB의 핵심 부문인 M&A자문 등을 얻게 된다.

바클레이즈는 리먼브러더스의 핵심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고 기존 영업활동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약 1만명에 달하는 리먼의 투자은행 인력 중 상당수가 실업난을 면할 전망이다.

월가 위상이 추락하면서 런던은 상대적으로 득을 볼 것이란 전망도 팽배하다. 세계 금융의 중심이 런던으로 옮겨가거나 양대 체제를 성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 경제포럼(WEF)가 올해 처음으로 발표한 금융발달지수(Financial Development Index)에서 런던과 뉴욕은 공동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세계 금융가는 '지는 달'인 월가가 과연 세계 금융 중심지로 존속할 것인지를 숨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영국의 상업은행이 '미국의 자존심'인 투자은행 부문을 얻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헤지펀드 중 약 3분의 1이 런던에 모여 있을 정도로 런던은 금융허브로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외국인 직접투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 런던에는 도리어 '잔치판'이라는 불명예를 안겨다준 것. 런던은 테니스경기에서 윔블던처럼 미국 등의 돈놀음에 멍석을 깔아준다는 말을 듣곤 했지만 월가가 뒤흔들리면서 또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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