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피해볼까"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8.09.2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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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법 시행전 잔금 납부 서두르는 계약자 늘어

↑오는 11월 준공 예정인 수원시 권선동 SK뷰↑오는 11월 준공 예정인 수원시 권선동 SK뷰


경기 수원시 A아파트 계약자 이정민씨(가명·40)는 오는 11월 아파트가 준공되면 바로 잔금을 납부할 계획이다. 분양아파트의 잔금은 일반적으로 준공후 1∼2달내에 납부하도록 돼 있다. 납부기간은 단지 규모에 따라 건설사가 탄력적으로 결정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계약자들은 지정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잔금을 내왔다.

이씨가 잔금 납부 준비를 서두르는 것은 '9.1 세제개편'에 따라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과 과천, 5개 신도시(분당·일산·산본·평촌·중동)에서만 시행됐던 거주요건은 내년부터 수도권 전체 아파트로 확대 적용된다. 이씨가 잔금 납부를 내년으로 미룰 경우 꼼짝없이 3년간 직접 살아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서울 강북에 있는 직장과의 거리, 자녀들 학교 등 문제로 수원으로 이사할 수 없는 이씨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화된 거주요건을 피할 작정이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 가운데 거주요건이 강화되면서 이를 피하려는 계약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올 연말이나 내년초 입주예정인 용인 수원 화성 송도 등 수도권 아파트 계약자들로 직장·학교·자금 등 문제로 분양받은 아파트에서 직접 거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입주가 임박한 아파트 해당 건설사에는 계약자들의 잔금·준공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3월인 입주시점을 올 연말로 앞당겨줄 수 없냐는 요청도 있다"며 "공사 초기라면 몰라도 마무리 공사 단계에서 준공 일정을 수개월씩 앞당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준공되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오는 12월 준공되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양도세 비과세 요건 어떻게 바뀌나=현재 서울과 과천, 수도권 5개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1주택자는 3년을 보유하면서 2년을 거주해야 양도세를 면제받는다.

이같은 기준은 주택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로 2004년 1월부터 시행됐다. 당시는 서울과 과천, 신도시 집값이 급등, 투자용 주택을 사놓고 전세를 얻어 거주하는 1주택 투자자들이 많았다.


서울·과천·5개 신도시를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 1주택자들은 직접 들어가 살지 않아도 3년만 보유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9.1 세제개편'에 따라 1가구 1주택자의 실거주 요건이 확대.강화된다. 수도권 1주택자는 3년 보유기간 중 3년, 지방은 3년 보유기간 중 2년을 거주해야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집을 사서 전세나 월세를 주고 시세 차익을 낸 뒤 세금 없이 되팔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조치로 기존 주택 보유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강화된 거주요건은 법 공포일 이후 취득한 주택부터 적용된다. 서울.과천.5개 신도시 기존 주택은 3년 보유 및 2년 거주, 수도권 나머지 지역과 지방 기존 취득 주택은 3년 보유 요건이 그대로 유지된다.

◇강화된 거주요건 피할 수 있는 단지는=연내 입주예정인 주택도 법 시행일 이전에 잔금납부 등 절차를 마치면 강화된 거주요건을 적용받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은평뉴타운 2지구 A공구 3개 단지 1000여가구가 해당된다. 이들 단지의 정식 입주는 내년 1월 시작되지만 준공은 오는 12월 예정이다. 1주택자가 잔금을 서둘러 내면 3년 보유, 2년 거주 요건만 채워도 양도세를 면제 받을 수 있다. 실제 거주해야 할 기간이 1년 줄어드는 셈이다.



오는 11월 준공예정인 마포구 신공덕동 '브라운스톤공덕'(290가구)도 마찬가지다. 12월 준공되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3410가구), 동대문구 답십리동 '답십리래미안'(524가구)과 용두동 '롯데캐슬피렌체'(435가구) 등도 잔금을 빨리 내면 강화된 거주요건을 피할 수 있다.

경기도에선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SK뷰'(1018가구, 11월 준공)와 장안구 천천동 '천천푸르지오'(2571가구, 12월 준공), 팔달구 화서동 '화서위브하늘채'(807가구, 12월 준공) 등이 거주요건을 피할 수 있는 단지다.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피오레'(710가구와 상하동 '진흥더블파크'(1051가구), 파주시 교하읍 '일신건영휴먼빌'(1123가구), 화성시 석우동 '제일풍경채'(1316가구) 등도 연내 준공 예정인 아파트다.
"강화된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피해볼까"
"강화된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피해볼까"
◇내년초 입주단지 계약자 '발동동'=내년 1∼2월 입주예정인 아파트 계약자들은 예상치 못했던 정부의 거주요건 강화 방침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준공을 1∼2달만 앞당기면 거주요건 강화를 피할 수 있는 만큼 안타까움도 크다.



경기 의왕시의 한 아파트 계약자는 "며칠 차이로 3년 거주요건 적용을 받는다면 너무 억울하다"며 "건설사에 준공을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는데 쉽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내년 1월 준공예정인 삼성동 힐스테이트↑내년 1월 준공예정인 삼성동 힐스테이트
그동안 4∼5월 입주아파트 소유자들이 재산세를 안내려고 과세 기준일인 6월1일 이후로 입주를 연기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준공.잔금 납부를 서두르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내년 1월 입주아파트라도 보통 1월말부터 입주를 시작하기 때문에 준공 시기를 연내로 앞당기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게 업계 입장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잔금 납부를 미루는 계약자들이 많아 골머리를 앓아온 건설사들은 이번 조치로 잔금 확보 어려움을 덜 것으로 보인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입주자들이 올해 안에 서둘러 잔금을 내면 금융비용 등 자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입주 시점 각종 분쟁들도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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