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를 차마 내치지 못한 진짜 이유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9.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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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S 충격도 있지만 MMF시장 위협이 더 문제

미 연준(FRB)이 16일(현지시간) 850억달러라는 거금을 투입해 AIG를 살렸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이번 자금 지원을 통해 AIG가 계획대로 자산을 매각할 수 있게 됐으며 나아가 경제전반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G는 자산을 매각해 자금 지원을 갚을 수 있다고 응답했다.

연준은 대출에 대해 리보 금리에 8.5%를 더한 금리를 받기로 했고 AIG의 자산을 담보로 한 만큼 국유화는 아니다고 했지만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외신들은 구제금융(bail-out)이라는 단어를 직접 써가며 사실상 구제금융에 해당하는 조치라고 보았다.



개별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연준 자신의 원칙을 깼으며, 민간기업의 문제를 공적 자금을 통해 해결, 모럴 헤저드를 키웠다는 비판도 거세다.

연준이 대내외 비판을 감수해가며 거액을 지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MMF시장으로 신용위기 전염될 수 있었다
리먼 청산과 메릴린치 매각 이후 남은 AIG 처리를 남겨둔 연준에게 흔들리는 머니마켓펀드(MMF)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우량한 단기채권에 투자해 작지만 안정된 수익을 내는 MMF 수익률이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 리먼 청산으로 리먼의 단기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노출이 많았던 MMF의 사정이 특히 나빴다.

뉴욕에 위치한 리저브 매니지먼트는 이날 자사가 운용하는 MMF인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의 순자산가치가 기준가인 주당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620억달러나 되는 이 MMF는 환매를 최대 7일간 연기시켰다. 3조6000억달러나 되는 MMF시장에서 이같은 사건은 1994년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 카운티가 파산한 것을 계기로 커뮤티니 뱅커스 뮤추얼펀드가 청산된 이후 처음이다.

MMF의 AIG 채권 보유는 리먼보다 훨씬 크다. AIG는 또 MMF에 대해 대규모 보증을 선 것으로 전해졌다. AIG까지 파산할 경우 MMF시장의 충격은 눈에 보듯 뻔했다. MMF의 고객에는 상업은행도 있다. 은행은 자산의 상당부분을 MMF로 운용한다. 1, 2금융권을 막론하고 원금을 꼭 지켜야하는 자금은 대부분 MMF로 굴린다. AIG까지 무너졌다면 여파가 상업은행까지 미칠 수 있었다.


◇신용등급 강등, 투자자 증발
15일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들은 AIG의 유동성위기와 상각 부담 등을 감안해 등급을 내렸다. AIG의 위기가 증폭되는 계기였다. AIG 고객들은 당장 145억달러의 담보를 더 쌓아야한다고 요구했다.

1조달러가 넘는 자산을 지닌 AIG에게 절대적인 금액은 아니었다. 그러나 담보요구를 충족할 만한 돈을 원하는 시간안에 마련할 수는 없었다. 연준은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민간은행이 지원하라는 방안도 주선했다. 그러나 돈을 대겠다는 투자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16일 밤 연방 정부는 여기서 AIG를 돕지않으면 '파국'이 올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 벤 버냉키 연준 의장,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은 총재 등이 이자리에 있었다.

◇CDS 파장 우려
AIG는 다른 은행과 투자자들에게 580억달러 상당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증권을 포함, 전체 4410억달러 상당의 채권에 대한 부도위험을 줄일 수 있는 파생상품(신용디폴트스왑, CDS)를 팔아둔 상태였다. 부도 위험에 대한 보증을 선 AIG가 악화되면 AIG로부터 CDS를 산 미국, 유럽, 아시아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 상각 위험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스템 위기를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CDS 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AIG는 투자은행에 대해 더 많은 담보를 쌓아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 보험사 주가는 16일 21%를 비롯 사흘 연속 두 자릿수 폭락했다.

◇AIG, 보험사 같지 않은 보험사
AIG의 위기는 전통적인 보험 영업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계열사에서 터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담보증권처럼 위험이 높은 채권의 CDS도 취급할 정도였다. 투자은행처럼 위험을 즐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기지증권 가격이 폭락하자 AIG는 지난 3분기동안 18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채권 투자자들의 담보요구도 커졌다. 올초 200억달러를 조달했지만 모기지시장 위기가 지속되며 AIG의 손실도 그치지 않았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모리스 그린 전 최고경영자(CEO) 였다. 40년 가까이 금융상품을 만들어 파는 계열사를 두고, 때론 보험사업과 연계시켰다.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시장 확장도 강화했다. 1990년에는 항공사에 비행기를 리스하는 인터내셔널 리스 파이낸스도 인수했다.

AIG는 보험가입자들은 모두 보호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자사의 보험은 각 계열사별로 분리해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모기업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고객들의 손실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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