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적자금 투입 어디까지 갈까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9.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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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수천억불 추가 투입될 듯

미국 연방 정부는 16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통해 파산 위기에 직면한 AIG에 85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AIG 파산이 몰고올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재무부와 FRB는 하루 전만 해도 AIG로의 공적 자금 투입에 부정적이었다.



◇ 리먼은 버리고 AIG는 살리고

AIG는 FRB에 400억달러 브릿지론을 요청하며 구원의 손길을 바랐지만 재무부와 FRB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은행 컨소시엄에서 자금을 구하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패니매, 프레디맥 등 양대 국책 모기지기관에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 금융을 공급하기로 결정한 이후 미국 정부의 운신의 폭은 크게 줄어들었다.

리먼브러더스를 포기하며 미 재무부는 민간 은행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국민에게 세 부담을 지울 순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무부는 불과 이틀 후 AIG 구조라는 반대 결단을 내렸다. 시장 충격을 감안, 리먼은 버리고 AIG는 살린다는 판단이다.


◇ 공적자금 투입, 이미 S&L사태 수준

AIG 구제에 앞서 올해 들어서만 이미 두차례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이 이뤄졌다.

스타트는 3월 JP모건과 합친 베어스턴스가 끊었다. FRB는 당시 JP모간을 회유하기 위해 연방 기금 대출 형식으로 290억달러를 지원했다. 사실상 연방 정부가 베어스턴스의 부실 모기지 관련 자산에 대한 빚 보증을 선 것이다.

지난주 재무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 지원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패니매, 프레디맥에 직접 투입되는 액수만 최대 2000억달러에 달한다.

재무부는 이와 함께 모기지 시장 안정을 위해 이들 모기지기관이 보증한 모기지 채권에 대한 재보증에 나섰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보증을 선 모기지 채권의 규모는 전체 모기지 채권의 절반 수준인 5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재무부는 아울러 이미 시장에 풀린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주택저당채권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주택저당채권 매집에는 첫달에만 50억달러가 들어간다.

AIG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지금 월가의 불안한 시선은 미국 최대 저축대부조합(S&L) 워싱턴뮤추얼(WM)로 모아지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WM에 대해 정부가 구제금융을 단행할 경우, 240억달러의 공적 자금이 요구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WM은 투자은행과 달리 일반 고객들의 예금이 적지 않다. 청산에 따른 국민들의 체감 고통은 리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 정부로서는 다시 한번 구제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L 사태 때인 1989년 미 정부는 정리신탁공사(RTC)를 통해 4000억달러를 투입, 747개 예금기관의 부실 채권을 사들였지만 수많은 지방은행들이 파산 절차를 밟았다.

올해 투입된 공적자금은 이미 당시 수준에 육박한다. 그러나 불안은 여전하다. 정치권은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또다른 공적자금 투입을 준비 중이다.

◇ 대선 이후 수천억달러 더 푼다

로렌스 H 서머스부터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등 전직 FRB 수장들은 금융기관들을 부실 채권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새로운 연방정부 기구를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하원도 같은 생각이다. 민주-공화 양당 모두 연방정부가 새로운 기구를 신설, 이를 통해 위기에 빠진 금융사들의 부실 채권을 사들여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탓에 기구 신설을 위한 법제화 과정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위험을 무릎쓰기 어려운 시점이다.

정부가 직접 부실 채권 처리에 나설 경우, 국민의 세 부담은 최소 수천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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