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FOMC,구원투수로 나서나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9.1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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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를 역사 속으로 밀어낸 증시는 이제 AIG에 대해서도 같은 운명을 요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투자은행 정도가 아니라 UBS나 씨티같은 대형은행의 몰락까지 원하는 지 모른다.

미국 금융주로 촉발된 불안은 글로벌 증시를 초토화시켰다. 대만, 싱가포르 등 전날 폭격을 맞았던 증시마저 화를 면치 못했다.



연중 두번째로 하락 사이드카가 발동된 코스피증시는 장중 7.13%나 폭락하며 지난해 8월16일(-7.49%) 이후 13개월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7개의 상한가와 78개의 하한가가 이날 증시를 대변했다. 하락종목(825개)이 상승종목(50개)을 압도했다.

증권주는 이날 하루에 12.8% 폭락하며 지난 2일 저점에서 전주말 종가까지 만들어냈던 25% 상승분의 절반을 토해냈다.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을 비롯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32개 종목(우선주 포함) 가운데 절반이 넘는 19개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건설(-9.8%), 기계(-8.9%) 등 상승률이 높았던 업종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건설업종 중에서는 고려개발 (11,000원 ▼50 -0.5%), 삼호 (14,350원 ▲350 +2.50%), 남광토건 (6,400원 ▲50 +0.79%) 등 6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내렸다.

1400선이 종가 기준으로 무너지면서 1500선 붕괴에 이어 순차적으로 레벨이 낮아지고 있다는 비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어떤 금융주도 살아남지 못하는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갖는 것 자체가 무모한 사치라는 주장이 난무하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에 50.9원 폭등했다는 것은 위기상황과 진배없는 일이다. 증시 바닥이 무너졌고 환율 천정이 뚫렸다면 더 이상 판단을 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채권시장 평온했다. 3년 및 5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각각 17bp와 16bp 떨어졌다.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1만계약 이상을 순매수했다.
금융시장의 기본이 되는 채권 및 원화자금 시장에 이상이 있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위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외국인이 6000억원 넘게 주식 순매도에 나섰지만 8300계약의 지수선물을 순매수한 것도 특이한 일이었다. 증시 하락추세가 고착화됐다면 이날과 같은 폭락장에서 9일만에 굳이 대규모 선물 순매수에 나설 이유가 없다.



변동성이 치솟은 점 또한 추세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추세가 구축되면 변동성 또한 수그러드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며 변동성이 급등한다는 것은 방향성이 일관되지 않고 격변이 예고된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지기 때문이다.

[내일의전략]FOMC,구원투수로 나서나


전날 미국 S&P500 변동성지수(VIX)가 31.7%로 치솟으며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사적으로 VIX가 40%에 근접했던 사례도 있었지만 2003년 이후 30%를 넘는 때는 주가가 단기바닥을 쳐왔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위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기회가 온 것"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당장 미국발 금융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주가 저점 탐색이 무색해질 수 있다. 61% 폭락한 AIG 상황이 급박하며 골드만삭스의 실적 발표 이후 시장 반응 또한 예측불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FOMC(공개시장회의)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이 6년만에 처음으로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글로벌 동조가 시작됐고 미국 양당 대선후보도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증시 붕괴 같은 최악의 상황을 언급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임동민 동부증권 연구원은 "예측 불가능에 가까운 신용경색 우려가 글로벌 주식시장을 강타했고 단기적으로는 악재를 피해갈 수 없겠지만 악재에 이미 반응한 주가에 후행하면 실익이 없으며 변동성 확대를 매수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3단계 시나리오를 내놓으면서 리먼 파산 사태가 AIG는 물론 모기지 손실이 많았던 씨티와 중소형 지방은행의 줄도산이 현실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코스피 1300선 이하로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사안이 다급해진 AIG의 최종적인 파산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금리인하를 통한 선진국 공조체제 가동과 유동성 공급, 그리고 근본적인 부동산 대책 등 정부 당국의 조치로 여타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이 최소화되는 시나리오라면 전저점(1390p)을 일시적으로 하회하는 정도에서 하락장세가 마무리되는 쪽에 비중을 실었다.

당장 내일 새벽(한국시간)에 열리는 FOMC에서 확실한 조치가 나오지 못한다면 주가 추가 하락과 계속적인 시총 증발을 모면하지 못한다. 더 많은 피를 원하는 시장에 끌려 다닐 것인지 아니면 모종의 조치를 취하면서 금융불안과 실물경기간에 차단벽을 설정하는 데 성공할 것인지 오늘 미정부 손에 칼자루가 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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