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충격에 은행 해외차입 '올스톱'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09.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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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CDS프리미엄 5년래 최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연기에 이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여파로 국내 은행의 해외 차입 여건이 더욱 악화했다.

5년 만기 한국물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5년 6개월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은행권은 프라이싱은 고사하고 거래 자체가 뚝 끊겨 중장기 차입은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중장기 채권발행 무기 연기= 1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 '쇼크'로 인해 중장기 외화차입 여건을 나타내는 한국물 CDS프리미엄은 이날 158bp까지 치솟았다. 지난 2003년 3월 195bp에 이어 5년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전이었던 12일의 135bp에 비해선 무려 23bp 급등한 것이다.



CDS프리미엄이 높을 수록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뜻으로 금융회사나 기업의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붙는 가산금리가 그만큼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한 차례 연기됐던 정부의 외평채 발행 시기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지난주 외평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외국 투자자들이 0.5~0.7%포인트 이상의 가산금리를 추가로 요구해 발행을 미뤘다. 하지만 이날 CDS 프리미엄이 폭등해 오히려 가산금리가 높아진 셈이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난주 정부가 외평채를 발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평채 발행 시기도 이제 종잡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중장기 해외채권 발행을 무기한 연기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달 말과 다음달 중 각각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을 추진했지만 당분간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수은 관계자는 "리먼 사태 직후여서 프라이싱은 고사하고 아예 투자자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은 관계자도 "패니메와 프래디맥 문제가 잠재돼 있고 돌발 변수가 있는 만큼 불안정한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해외 차입이 쉽지 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차입으로 버티기=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비율(잔존 만기 3개월 이내 외화부채 대비 외화자산 비율)은 대체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달말 103%로 전달의 102.6%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중장기 외화대출 재원조달 비율 역시 6월말 기준으로 121%를 기록했다. 만기 1년이상 외화 대출에 대한 만기 1년 이상 외화차입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감독당국의 기준인 80%를 웃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3분기와 4분기에 만기 도래하는 해외채권은 각각 45억달러와 38억달러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해외 차입이 막히면서 단기로 차환한 것까지 합하면 은행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일단 사모사채 발행, 은행간 차입, 외화표시 기업어음(CP), MTN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단기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외화대출도 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간 차입마저 녹록치 않아 일부 은행은 원화를 달러로 스와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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