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운명, 득보다 실?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09.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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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 운명, 득보다 실?


94년 전통 '메릴린치'의 향후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이 발표된 뒤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일단은 메릴린치에 '실보다 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상업은행인 BOA가 메릴린치의 투자은행 업무를 든든하게 받쳐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은 30년대 대공황을 겪은 뒤 은행 증권 보험 업무를 분리시킨 '글라스-스티걸 법'을 만들어 상업은행의 위험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고객 예금을 보호해 금융시장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서 만든 법이었다.

하지만 은행의 겸업화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 법은 1999년 '그램-리치-브릴리 법'으로 바뀌었다. 이 때부터 은행과 증권사 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법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상업은행인 BOA 비즈니스의 안정성을 밑바탕으로 메릴린치가 투자은행의 강점을 더욱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메릴린치' 간판도 계속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켄 루이스 BOA 회장(사진)은 기자회견에서 "합병 이후에도 메릴린치의 이름과 조직은 현재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릴린치 직원 감축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지만 베어스턴스와 같은 대규모 감원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어스턴스는 지난 3월 JP모간에 피인수된 뒤 직원 9000명을 해고했다.


상업은행인 BOA와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업무가 중복되는 직원이 비교적 많지 않아 감원 대상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 회장도 "BoA는 메릴린치의 네트워크를 활용,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특히 브로커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메릴린치 최고의 '보물'(crown jewel)"이라고 밝혀 인력유출을 최소화할 것임을 강조했다.

반면 인력조사기관인 챌린저앤크리스마스의 존 챌린저 대표는 "파산한 리먼은 물론 메릴린치 직원들 역시 불가피하게 더 자리를 잃게 됐다"며 "실직자는 많은 데 갈 곳이 없어 마치 '의자뺏기놀이'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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