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감내 시간이 단축되길 바랄뿐"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2008.09.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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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사태는 '불확실성' 시장 악재...선제적 시장 대응 자제해야

"고통 감내 시간이 단축되길  바랄뿐"


세계 5대 인베스트먼트뱅킹중 한 곳인 리먼브러더스가 지난 14일 파산신청을 하고, 메릴린치가 BOA에 피흡수합병 결정, 또한 AIG의 캐시플로우에 대한 우려감 대두 등 월가에 불어닥친 폭풍의 충격으로 전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말았다.

서브프라임문제로 시작되었던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되면서, 지속적인 자산가격의 하락과 중국을 중심으로 했던 이머징마켓에서 투자사이클의 정점통과로 전 세계 경기의 둔화국면이 맞물리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지속되고 있다.



물론 지난해 8월이후부터 문제제기가 시작되었던 만큼 이제는 어느 정도 해결국면으로 진입되었다는 의견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신용위기의 마무리를 기대해오던 주식시장에서의 관점은 아직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서브프라임 부실문제의 처리과정에서도 보았듯이 손실규모의 파악마저 시간이 흐를수록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기지업체, 투자은행에 이어 이제는 보험사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곳도 안전할 수 없다는 불신감만이 커져가고 있다. 처음 서브프라임 문제가 제기될때만 해도 2천억달러의 손실 규모에 놀랬으나, 지금까지 손실처리로 발표된것만도 5,130억달러, 심지어 IMF는 추정손실액을 9,450억달러까지 추산하고 있을 정도이다.



결국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대응책 마련에 긴박한 행로를 밟고 있다.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미 연준 및 ECB의 대규모 유동성 보강계획 발표등은 현재의 유동성위기 사태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방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걱정은 이러한 정책금리의 인하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고, 최근 유가하락으로 부담이 조금 덜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은 인플레의 압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모기지업체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극단적 처방까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터져나온 이번 사태는 금융기관의 보수적 투자행태로 인해 아직까지 대출과 관련된 완화책의 마련보다는 자체부실의 상각을 위한 자본확충의 차원에서 현금보유의 입장으로 일관하면서 결국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신용경색이 심화된 문제였던 것이다.


통화승수를 창출해야하는 금융기관의 혈관이 막혀버린게다. 내가 투자해놓은 관련자산은 상환시키기 바쁘고, 남을 도와주다가는 내가 먼저 죽게 생겼으니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나타난다 싶으면 신용스프레드는 치솟아 자체적인 대응책 마련은 불가능하다. 신용위기의 상황에서는 유동성확보의 문제는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고용시장과 소비기대심리에 부정적 영향



게다가 추가적인 고용시장의 불안은 이제 겨우 회복의 실마리를 찾아가려 하는 소비기대심리의 회복에도 부담을 줄 수 있고, 이는 미국시장에서 야기된 금융시장의 혼란이 유럽시장과 아시아시장의 위험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문제의 출발점이 되었던 주택시장과 모기지의 연체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하고, 또 이와 연관되었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였던 금융기관들의 보유자산에 대한 추가적인 상각이 없어야 한다. 금융기관의 투자태도가 완화되기 위해서는 정책금리수준보다는 신용스프레드의 축소가 선행되어야 하고, 소비심리의 회복이 실제 소비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고용시장의 안정과 부동산시장, 금융시장의 안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주식시장 역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1,400Pt의 지지력을 테스트하는 시점에서 발생한 사안이라서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현 시점은 미리 선제적으로 앞으로의 일을 예단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시장의 흐름에 맡겨놓고 순응하는 자세로 대응의 관점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참으로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자욱한 도로위를 운전하고 있는 입장이다. 곳곳이 사고로 얼룩져있고, 추가적인 사고의 위험마저 높은 상황이다. 단순히 안개탓만을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현명한 투자자의 입장이라면 현 시점 다소간의 수익율을 위한 목적의 추구보다는 안개가 걷어지는 때까지 좀 더 차분하게 쉬어갈 수 있는 인내심을 갖는 것은 어떨까? 고통을 감내해야 할 시간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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