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에 "내 펀드는… " 문의 폭주

반준환 기자, 오수현 기자 2008.09.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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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큰 손 이탈할까 고심

리먼브러더스의 경영파탄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에 엄습한 16일 은행 PB(프라이빗뱅킹)센터는 빗발치는 펀드환매 상담이 몸살을 앓았다.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운영중인 PB센터는 투자한 펀드에 문제는 없는 지, 지금이라도 환매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 고객들의 문의가 폭주했다. 고객이 많은 PB들은 상담으로 인해 점심식사도 미뤄야 했다는 전언이다.



은행 PB에 "내 펀드는… " 문의 폭주


PB들은 특히 강남의 고액자산가들이 이탈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큰 손들이 자금을 빼면 자칫 '펀드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촉발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펀드런'은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일시에 환매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펀드런이 발생하면 '주가폭락→불안심리 가중→환매수요 확대'의 악순환이 진행된다.

우리은행 테헤란로지점의 정병민PB는 "지금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며 "펀드런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은까 하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전부터 고객들에게 펀드 환매를 권유하기는 했지만 빠져나갈 시점을 잡지 못한 고객들이 적잖다"고 덧붙였다.



이 은행의 투 체어스 강남센터의 박승안 PB는 "펀드 뿐 아니라 ELS(주가연계증권) 투자고객들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며 "ELS의 경우 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고객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PB들은 중국관련 펀드의 환매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 달간 해외펀드 설정잔액은 사상 최대(월간기준)인 7조1073억원 증가했고, 이 가운데 80%인 5조7101억원이 중국펀드에 집중됐다. 리먼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침체에 빠지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이미 악화한 중국증시 수익률이 추락할 수 있다는 게 PB들의 걱정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중국펀드 환매액은 지난 7월 656억원에 그쳤지만 베이징올림픽이 열렸던 8월에는 2648억원으로 확대됐고, 이달들어 8일까지는 845억원 규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펀드는 주식과 같이 설정액이 주가가 연동된다는 것이 문제"라며 "증시 활황 때는 문제가 없지만 최근 처럼 침체기에는 '시장불안→펀드환매→주가하락'으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의 큰 손들과 거래가 많은 저축은행에도 파장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삼화저축은행 장진이 PB팀장은 "리먼 사태로 문제가 없는지 묻는 고객들이 상당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부는 저축은행들이 최근 1,2년새 해외 투자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은행의 건전성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9월 위기설이 돌았던 1개월 전보다는 적었지만 펀드환매에 대한 조언을 받거나 예금을 인출하는 고객들이 일부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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