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B' 추진 韓금융사들, 목표수정 시점?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8.09.1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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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사태로 IB의 위험성 부각… "경쟁 줄어 세계도약 절호 기회" 주장도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 등 세계금융시장을 호령하던 투자은행(IB)들이 줄줄이 간판을 내리면서 국내 금융산업의 지향점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물론 상당수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IB'를 청사진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리먼 파산이 주는 정신적 충격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IB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당분간 세계적인 IB들은 내부 문제해결에 주력할 수밖에 없어 공략할 틈새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투자은행을 준비하고 있던 상당수의 금융회사들은 리먼의 파산신청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 도약을 목표로 상당한 작업이 진행된 상황이어서 리먼의 파산의 사실 충격적"이라며 "세계적인 IB 두 곳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것을 보면서 IB로 가는 것이 맞는 길인지 회의가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들은 IB의 높은 수익성에만 주목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한 건의 대형 인수합병(M&A)를 성사시켜 웬만한 금융회사의 1년치 순익을 대가로 받는 화려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다시 각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정부에서도 IB 육성을 정책과제로 내세우고 있는데 IB모델이 우리 실정에 맞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현재 상황만으로 IB모델 자체가 실패작이란 결론을 내리기는 이른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보편화된 상업은행 모델 역시 수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노하우가 다져진 결과라는 것.


금융계 한 관계자는 "IB모델이 주류로 등장한 것은 불과 수십 년 밖에 되지 않는다"며 "M&A가 일어나지 않고 파생상품이 사라지지 않는 한 금융시장에서 IB가 해야할 역할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우리 금융회사가 IB로 나아가야 한다는 믿음에는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국내 금융사들이 단기간에 글로벌 IB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반응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IB들이 대부분 유동성 문제로 인해 당분간 공격적인 영업은 힘들 것"이라며 "경쟁이 줄어든 만큼 국내 금융회사들이 세계 IB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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