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제2의 리먼'될까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8.09.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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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 분석… "AIG발 최악 국면"vs"보험사는 IB와 달라"

16일 오후 2시 정각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AIG'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랭킹 2위에 올랐다. 연예인도 아닌 보험사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과 메릴린치 매각 등 미국발 금융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AIG가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네티즌들의 AIG 검색을 부른 것이다. AIG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보험금 지급 가능성 등 AIG 관련 소식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글로벌 증시에도 최대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AIG는 과연 리먼브러더스처럼 파산 신청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있을까. AIG가 리먼브러더스의 전철을 밟는다면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은 또다른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칠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내놓는다.

◇AIG, 제2의 리먼 되지 않을 것=우선 AIG는 리먼브러더스처럼 한방에 파산신청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적다는 긍정론이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AIG는 보험사로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와는 달리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펼쳐왔다는 점에서 파산신청과 같은 최악의 국면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대투증권 나태열 연구원은 "보험사는 증권사처럼 투자할 상품을 파는 쪽이 아니라 이를 사들이는 쪽이기 때문에 리스크에 노출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손실비중이 적을 수 있다"며 "특히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AIG가 파산신청으로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AIG가 일부 자산의 투자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며 "그래도 증권사처럼 레버리지가 크지 않고 보유자산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선에서 사태가 봉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투자은행은 망하면 껍데기만 남지만 초대형 보험사는 그같은 최악의 상황에 휘말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AIG마저 파산신청으로 치닫는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NH투자증권 신동수 연구위원은 "리먼브러더스가 매각에 실패한 것은 그동안의 손실을 감추려고 했고 실제 손실규모도 당초 추정했던 것보다 크게 높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AIG는 상황이 다소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연준이 6000억달러에 달하는 리먼브러더스의 손실을 감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AIG는 400억달러 규모의 브릿지론을 해주면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이 이번 사태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떤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 연준이 모든 부실 금융기관을 구제해주는데 한계가 있고 도덕적 해이 비판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AIG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직접적인 방법보다 우회적인 방법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AIG 한국지사가 지급여력 비율이 154%로 아직까지 자금난이 심각하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는 통상적인 보험금 지급 요청시 빠져나갈 수 있는 금액의 1.54배를 현금으로 확보했다는 의미로 적정수준의 재무구조라는 평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 AIG 본사가 과연 위기설 이후 쏟아지는 보험 해지 요청에 맞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2의 리먼 가능성 충분하다=일부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AIG가 제2의 리먼브러더스로 번질 가능성 자체를 염두에 둬야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SK증권은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는 자금 조달이 불가한 상황이며,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 불가 방침으로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IG가 문제가 되는 것은 보증보험이 어려워지면서 개인 및 기업에 연쇄 효과가 불가피해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의 부실 악순환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부정론자들은 미국 금융위기가 이미 연준 등이 구제해줄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이들은 특히 "AIG 위기설이 확대되며 보험 해지 사태가 급증하며 유동성 위기의 악순환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제2, 제3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출현할 가능성은 미국 연준의 태도와 구체적인 투자손실 규모, 자산 매각을 통한 회생 가능성 등이 총체적으로 맞물리며 당분간 글로벌 증시의 예민한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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