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펀드는 안녕하십니까

머니투데이 권현진 MTN 기자 2008.09.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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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서 펀드가입자대응 '각양각색'

'인내는 쓰다. 그러나 열매는 달다.' 많은 상황에 통용되는 이 격언이 유독 증시에는 적용되지 않아 보인다. 오늘 리먼브러더스 파산 보호신청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전격 인수 등으로 국내 증시는 우수수 무너졌다. 미 연방정부의 모기지 업체 구제책 발표로 반짝 빛을 발하던 것이 불과 일주일 전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태평양 건너 들려오는 소식에 희비가 교차하면서 투자자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섣부른 바닥 예측은 금물



극한에서의 인내가 빛을 보지 못하는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펀드다. 숱한 중국펀드 가입자들이 베이징올림픽 특수를 기대했지만 이 기간 중국증시는 다이빙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하락했다.

당장 태평양 건너에서 들려오는 호재는 없는 형편이다. 페니매와 프레디맥에 구제금융 투입한 미국 정부가 이번 사태에선 시장원리를 주창했다. 메릴린치와 AIG가 빠른 시일 내에 전격 매각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은 2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16일과 17일 차례로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 투자은행의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아도 급락만 겨우 면할 수 있는 형편이다.



국내에도 뚜렷한 반등의 실마리가 없다. 일단 '9월 위기설'은 기우로 판명됐지만 국내외 각종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추세다. '가치투자'의 근간인 기업실적 전망도 시원찮다. 원화약세 지속에도 불구, 세계 경기 악화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인해 수출주마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투자자들의 대응도 여러 가지 형태로 나뉘고 있다.

와신상담 외치는 적립식펀드

금융주 이외에 기타 적립식펀드도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9월에는 채권 위기설이 닥쳤고 10월에는 펀드런 발생설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 7월말 기준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대비 펀드 비중은 15%에 육박한다. 대규모 환매 사태가 발생할 경우 주식시장이 다시 한번 뒤흔들릴 소지가 큰 것이다.

하지만 펀드런이 나타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관점도 있다. 손실폭이 적은 펀드를 중심으로 손절이 예상되고 있지만 그에 해당하는 펀드들이 대부분 설정일이 1년이 채 안 되었기 때문.



적립식펀드의 현 널뛰기장세를 즐길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주가가 옆으로 길 때보다 급등락을 반복할 때 매입단가는 더 낮아진다. 주가가 떨어지는 동안 매입단가를 낮춤으로써 많이 확보한 좌수가 반등 국면에서 호재가 되기도 한다.

제로인 이수진 대리는 "손실률이 가파른 만큼 반등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며 멀리 보고 원금회복을 추구할 것을 충고했다.

신규가입할 절호의 찬스?



상장지수펀드(ETF) 등 일부 펀드에 가입하기에는 지금이 호재라는 관점이 있다. ETF는 코스피에 상장돼 거래되지만 코스피 구성종목에 자산을 편입해 인덱스 수익률을 좇는 펀드다.

일반적으로 환매하는 데 3~4일 걸리는 다른 펀드와는 달리 주식처럼 바로 사고팔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반등 국면으로 돌아설 경우 손쉽게 환매할 수 있어 가입하기에 지금이 적기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기타 국내 펀드의 경우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관망을 권유하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기준가가 낮다고 해서 것보다 안전자산에 투자하거나 브라질, 남미 등 이머징국가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차장은 "당분간 추세적 상승도, 하락도 없는 횡보장세가 예상된다"며 본격적 상승세가 내년 초에는 시작된다는 것도 확신이 없으므로 가입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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