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의 교훈 "과하면 한방에 갈 수 있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9.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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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브러더스는 지난 금요일(12일)에만 해도 420억달러의 유동 자산을 지닌 투자등급의 투자은행이었다. 월요일 리먼은 파산했다. 파산직전까지도 투자자 및 전문가들은 리먼이 경쟁사나 해외 금융기관에 매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은 너무 낙관적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렉스 칼럼'을 통해 주말 이틀을 지나며 급변한 리먼의 운명이 주는 교훈을 정리했다.



일단 리먼은 파산하기까지 베어스턴스의 매각과 같은 경로를 거쳤다. 너무 지나친 차입을 동원(레버리지)해 모기지 사업에 '올인'했다. 모기지담보증권을 만들어 파는데 그친 게 아니라 스스로 투자도 많이해 장부에 쌓아뒀다.

레버리지를 대규모 일으킨 은행은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이자를 지불해야한다. 이자의 상당부분 역시 차입에 의존했다. 그러나 신용경색으로 자금 조달 루트가 막혔다.



위기에 처한 리먼은 △보유중인 자산 매각 △다른 은행으로부터 투자 유치 △연준(FRB) 지원 등 3가지 대책을 강구했다. 그러나 어느것 하나 성공하지 못했다. 계열사인 누버거 버만 운용사를 매각하려했지만 선뜻 나서는 투자자가 없었고 한국 일본 영국 등 해외 금융기관도 투자를 막판에 접었다.

연준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부담을 의식해 인수 요청을 거절했다. 연준이 이처럼 까칠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리먼에 돈을 투입할 투자자들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리먼은 부동산 채권 주식 등 유동화 가능한 모든 것을 증권으로 포장해 파는 전문가 집단이었다. 리먼은 이제 넘쳐나는 증권에 파묻혀 파국을 맞았다.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을 옥죈 부실 증권을 배드뱅크에 넘겨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법을 찾았지만 규모가 너무 컸다. 주말 전에 330억달러이던 배드뱅크 자산은 주말을 지나며 800억달러로 커졌다. 게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조사기관인 앤드류 헌트 이코노믹스의 추정에 따르면 20년전 월가 투자은행들의 자산은 미국 GDP의 3%에 불과했다. 그러나 저금리, 과도한 차입 등을 바탕으로 이 비중은 지금 GDP의 23%로 불어났다. 모기지 버블 붕괴와 리먼 파산 등은 비대해진 투자은행 자산의 축소 과정이다.

차입이 많은 구조를 갖는 은행들은 항상 돈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리먼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뿐 아니라 바클레이 HBOS UBS 등 유럽의 금융기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위기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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