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시장실패 아닌 '해결책'작동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9.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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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자 이종우 HMC센터장 "금융위기 끝물로 가는 분기점"

예견된 일이었다. 추석 연휴 말미에 미국에서 들려온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으로 미국증시는 9ㆍ11사태 이후 최대 낙폭인 4.4%까지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도 미국발 신용위기 재발에 태연한 태도만 취할 수는 없다. 따라서 16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전 거래일에 비해 6.3% 추락하며 138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해법은 미국정부에 달렸다. 국내외 증시전문가들도 미국정부의 행보에 글로벌증시 향방이 달려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수가 1300까지 떨어지느니, 1400선에서 지탱할 것이라는 등 밸류에이션에 근거한 예측은 미국발 신용위기 재발에 무의미한 수치로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의 혼돈이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AIG등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부실자산에서 허덕이는 금융기관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아직도 폭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만큼 단시간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을 극복하고 정상화되기는 힘들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 (46,650원 ▼850 -1.79%) 유승민 연구원이 제시한 '가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먼브러더스의 처리는 시장실패라기 보다 일종의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을 지 모른다는 추측이다.


유 연구원은 "여전히 주요 미국 대형 금융사의 추가 도산의 우려는 남아 있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정부의 리먼브러더스 처리 과정을 보면 시장의 실패라기 보다 일종의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즉,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리먼브러더스를 구제하지 않고 정리한 것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서브프라임으로 파생된 금융기관들의 위기가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는 것이다.



모기지 부실채권을 안은 금융기관들의 도산과 이를 통해 파급되는 금융시장 위기 역시 통제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구제금융을 털어넣지 않고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인정했다는 주장이다.

시장 신중론자로 지난해말부터 미국발 금융위기의 혼란에 대해 줄기차게 경고해왔던 이종우 HMC투자증권 (9,220원 ▲120 +1.32%) 리서치센터장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금융위기의 끝물로 가는 분기점으로 관측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정부가 모기지관련 부실채권이 가장 많은 리먼브러더스를 포기하고 나머지는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며 "이번주 내로 코스피 등 글로벌증시는 바닥을 만들고 턴어라운드 채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정부의 리먼브러더스 포기는 본격적인 수습의 시작으로 볼수도 있다"며 "코스피지수도 1350선 아래를 깨고 하락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미국정부의 생각에 향후 글로벌증시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임팀장은 미국정부가 베어스턴스처럼 리먼브러더스에도 구제책을 감행하면 세금을 사기업에 투자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난과 그에 따른 부담보다는 리먼문제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그나마 잘 풀려갈 것이라는 생각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관측했다.



임팀장은 미국정부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단기적인 충격으로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증시의 주가가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은 큰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1300선 이하를 깨고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1300선 근처에 가면 주가는 더 이상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도 간간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곁들였다.

적어도 2009년 상반기까지 코스피지수는 1300~1500선을 맴도는 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단 미국정부는 '털 것은 털고 간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나 대통령과 공동기자 회견을 하면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메릴린치의 전격 매각 등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투자자들과 직원들이 많은 고통을 겪을 수 있다"며 "하지만 미국의 금융시장은 유연하고 복원력이 있는 만큼 이같은 급변상황에 충분히 적응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부시의 발언을 되짚어보면 금융위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부실채권에 물린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에 대한 구제금융을 계속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석된다.



곪은 상처를 안고 끙끙거리기보다 터트린 뒤 새살을 돋게 하겠다는 의지가 미국정부에 숨어있는 셈이다.

물론 미국정부의 의도가 실패로 돌아가 금융시장의 방향이 뒤틀린다면 걷잡을 수 없는 패닉에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시스템의 붕괴가 이뤄질 여지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관점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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