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망한 이유=숫사자가 새끼 못죽인 이유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2008.09.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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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3>Portfolio management의 중요성(3)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오늘(9월1일)부터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리먼 망한 이유=숫사자가 새끼 못죽인 이유


리먼 문제가 드러나기 직전까지 썼던 글의 앞부분은 수정하려다가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다만 지금부터는 토요일 이후 약간의 수정을 했다.

금융 위기도 순서가 있다?



아무튼 가정에 대한 증명이 일요일 이후에 드러나게 된 셈이고... 이 사건에 따른 앞으로의 일을 걱정해보자.

일단 큰 돈 들은 현재의 금융위기와 금리수준의 밸런스가 깨졌다고 일부 생각을 하고 있었고 또한 리먼의 청산으로 증명이 되었다면... 또 한가지의 의문이 생긴다.



왜 그럼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나서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한 것일까?

초원의 숫사자는 힘을 키우다가 암컷 무리를 이끌고 있는 수컷을 내몰고 암컷을 차지한다. 정권을 장악한 숫사자가 기계적으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암컷이 데리고 있는 새끼 사자들을 물어 죽이는 일이다. 그래야 암컷이 새로운 수컷의 씨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CEO가 바뀌면 기계적으로 가장 먼저하는 일이 있다. 바로 지난 CEO의 업적들을 깎아 내리는 일이다. 이전의 여러 가지 자산에 대해서 여러 가지 감액상각(Impairment)을 통해 기존의 자산 가치를 확 떨어뜨려 놓는다. 그래야만 CEO가 바뀐 이후의 실적이 훨씬 더 돋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메릴린치나 씨티와 더불어 리만은 미국 시장에서 아주 중요한 채권 딜러이다. 이 회사들은 미국 내에서 채권가격에 대한 기준가를 제시하기 때문에 채권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금융 위기는 주식의 위기가 아닌 채권 위기에 속하기 때문에 이들 세 회사의 주가는 가장 많이 빠졌어야 했다.

메릴린치나 씨티의 경우 신용위기 초기에 CEO가 바뀌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CEO가 바뀌게 되면 일단 가장 먼저하는 것은 먼저 속속 들이 숨어 있을 수 있는 부실을 찾아내어 제거하는 것이고 이런 절차가 이미 오래전에 진행된 상태다.

신용위기 초기에서 메릴린치와 씨티는 CEO가 바뀌었고 새로운 CEO가 부임하자마자 Big bath manipulation 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상각을 단행했었다.

하지만 리먼의 CEO는 바뀌지 않았고 이들이 대규모 상각을 할 때에 그들은 시장에 오히려 이렇게 발표를 했다. “시장에 대한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국채의 상승을 예견했기 때문에 충분한 헤징을 통해서 손실 규모를 7%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

회계장부는 합법적으로 얼마든지 좋게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즉, 리먼이 신용경색이 시작된지 1년이 넘도록 부실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위로 잘 부각되지 않았던 것은 CEO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실을 숨기려 했던 회사와 부실을 적극적으로 보이려 했던 회사의 차이가 분명하게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이유가 BOA로 하여금 리만을 제치고 메릴린치를 선택하도록 만든 이유가 된다. 메릴린치의 경우 이미 대규모 상각을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실이 있다고 해도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G도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종목이다. 지난 주말에도 무려 30%나 폭락을 하고 오늘 새벽에도 60%가까이 추가폭락하면서 주위의 시선을 따갑게 받고 있다.

하지만 AIG는 리먼과는 조금 다른 이유로 주가가 폭락을 하고 있다. 얼마전에 이미 충분히 거론을 했었지만 AIG의 경우 보험사이고 보험사는 주로 장기채를 위주로 자산 포트폴리오가 구성되어 있다.

보험사의 특징은 고객의 자산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하는데 있기 때문에 위험한 채권에 대한 포트폴리오는 거의 없다.

지금까지의 위기는 주로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CDO나 혹은 MBS와 관련된 위험이었기 때문에 서브프라임이라고 하는 초기 시장의 위험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주 미국의 FASB(재무기준 위원회)는 1년 이상의 장기채에 대해서도 시가평가를 하도록 했고 AIG는 새로 바뀐 기준에 따라 올해 말까지 새로운 기준에 의해 기장을 해야만 한다.

이게 사실 웃기는 일이다. 그럼...어쩌다가 프리미엄채권을 샀다면 그 회사는 그 채권의 만기까지 자산가치의 소멸을 경험해야만 한다.

할인채를 구매했다면 마찬가지로 그 회사는 그 채권의 만기시까지 자산가치의 증가로 나타나게 된다. 이유는 채권은 만기에 반드시 파(Par) 가격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즉 프리미엄 채권은 채권의 만기까지 자본가치 손실이 반드시 있으며 할인채권은 만기에까지 반드시 자본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미국의 회계기준에서는 1년 이상의 채권에 대해서는 시가 평가가 아닌 장부가 평가를 권고했었던 것인데 느닷없이 장기채에 대해서도 시가평가를 하라고 하니 말이다.

금융회사에는 BIS 비율 등의 재무안정성 비율이 존재한다. 자산가치의 급락은 기준에 미달되는 자본의 확충을 요구받게 되며 이것이 지금 AIG를 나락으로 몰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즉 나름대로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나서 뒤 늦게 위기에 노출된 이유가 되는 것이다.

여느 때보다 재료가 많은 주... 후반부에 기대를...

최근 우리 시장은 거래량이 다소 많이 터지고 있다. 오늘 갭하락으로 인해 거래가 많이 터진 구간을 머리 위에 이고 있어야 한다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일단 당장 발등의 불은 리먼에 투자한 회사들의 연쇄부도 가능성이다. 처음 베어스턴스의 문제가 생겼을 때에 그 다음에 문제가 생긴다면 리만이나 혹은 메릴린치 혹은 씨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었다. 이들 세 회사의 특징은 채권전문회사이기 때문이다.

신용위기 이전까지 리먼의 CEO는 모든 면에서 훌륭한 실적을 보여주었었다. 그래서 “리차드 풀드”는 지난 15년간 주주에게서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었다. 그것이 결정적인 폐인이었다. CEO가 바뀌었다면 아마도 리먼도 남들이 매를 맞을 때 맞았을 것이다.

전체 금융주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시기에 동시에 상당한 부실을 Disclosure 했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리먼도 다른 회사들처럼 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마치 IMF 때에는 회사가 부도를 내도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는 용서를 받았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리먼은 이미 끝났다. 시장이 지난 3월 17일 베어스턴스의 위기 때처럼 바닥을 찍고 상승하지 못한 것은 정작 리먼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는 다음 차례가 과연 누구냐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그 다음 차례로 강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바로 AIG 와 워싱턴 뮤추얼이다.

특히 지금까지 신용위기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위기인 AIG는 다소 걱정이 된다.

필자는 수개월 전에 금융경색의 말미에서 AIG 가 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란 것을 경고해왔었는데 현재 AIG의 CDS(신용 디폴트 스왑)은 무려 지난 주말 883BP에서 지금은 이미 1300BP를 훌쩍 넘어선 상태로 거래가 되고 있다. 리만이 부도가 나기 직전에 700~800BP 선을 오가는 것을 생각한다면 시장에 주목을 받지 않을 뿐이지 위험의 수준은 실질적으로 오히려 리만에 비해 더 어렵다는 말이 된다.

AIG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는 지원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하고 있어 불씨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쉽게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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