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모델 한계 직면..어떻게 되나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09.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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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메릴린치 퇴출로 한계·자성론

지난 2000년 체이스맨해튼이 JP모간을 인수할 당시 시장에서는 투자은행간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룰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런더스, 메릴린치가 덩치 큰 경쟁사들과 합병하거나 투자은행들의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엄청나게 다른 방향에서라는게 문제지만 이 예측은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고 자조적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순수 투자은행 모델의 미래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가의 5대 투자은행 중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가 8년만에 허공에 사라지면서 엄격한 의미의 투자은행은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만 살아남았다. 투자은행 업계가 거의 반으로 오그라든 셈이다.

이처럼 업계 자체의 펀더멘털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잘 버텨나갈 수 있을지 회의적인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켄 르위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메릴린치는 이 시장에서 강력하고 존경받는 투자은행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투자은행의 생존 자체가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15일 뉴욕 증시에서 살아남은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각각 9%, 7%씩 급락했다. 모간스탠리는 지난 일년 동안 시가총액의 절반이 공중분해됐다. 두 회사의 신용부도스왑(CDS) 가격도 이날 모두 급등세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재무부가 결국 리먼을 보증하지 않고 파산하도록 내버려둔 점을 우려했다. 투자은행 모델 자체의 위험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더 이상 구원투수가 돼 주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 투자은행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일부에서는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의 파산과 합병이 지난 99년 글라스-스티겔법의 개정에 따른 유예된 결과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은행과 증권, 보험 업부를 분리시킨 글라스-스티겔 법은 지난 99년 그램-리치-브릴리법으로 대체돼 금융기관의 겸업이 가능해졌다.


익명의 한 상업은행 임원은 "지금은 투자은행들에게 굉장히 어려운 시기"라며 "투자은행이나 신용카드, 보험 등 어떤 것도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골드만과 모간스탠리 앞날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도 있다. 두 은행이 투자은행의 메리트를 충분히 챙길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한 투자은행 임원은 "자본 시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투자은행 모델은 함께 갈 것"이라며 "두 은행이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으며 현재 상황이 재앙의 시작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자본과 유동성 측면에서 지금 상황이 투자은행들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적은 자본으로 큰 레버리지 투자에 집중해온 투자은행 모델의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상업은행들이 일하기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매트 킹 전략가는 "남은 투자은행들은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금융시스템, 특히 투자은행들에게는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16일과 17일 차례로 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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