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The End of the World"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9.1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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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금융쓰나미'에 다우504p↓… 9.11이후 최악

"Not The End of the World"

불과 1년전만해도 철옹성 같던 월가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걸 보며 더 스트리트닷컴 설립자이자 증시 평론가인 짐 크래머가 전날 투자자들에게 한 말이다. 패닉에 빠지지 말라는 당부였지만, 하염없이 폭락하는 주가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에게 2008년 9월15일은 세상의 마지막 날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러셀 투자그룹의 선임투자전략가 스티븐 우드는 "10년뒤 사람들이 '그날 당신은 어
디 있었나요?'라고 물을 만큼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패닉'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을 비롯한 주요 금융시장은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졌고, 파생상품 계약의 대혼란도 일어나지 않았다. '쓰나미'가 몰아친 것은 맞지만 '시장의 종말'은 아니었다.

이날 다우지수는 하루동안 504포인트 폭락하며 1만1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S&P 500지수는 2005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나스닥 지수도 6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504.48포인트(4.42%) 폭락한 1만917.51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81.36포인트(3.60%) 떨어진 2179.91을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58.17포인트(4.65%) 하락한 1193.53으로 장을 마쳐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날 다우와 나스닥 지수 하락폭은 9.11테러 이후 증시가 재개장한 2001년 9월 17일 이후 최대폭이다.


휴일인 14일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하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 아메리카에 합병되는 등 월가에 밀어닥친 '쓰나미'로 일찌감치 폭락이 예상됐다.

장초반 1-2% 선에서 하락이 저지되는가 싶던 미 증시는 세계 최대 보험사 AIG의 자구책 성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 후반으로 갈수록 하락폭이 커진 끝에 3대 주요 지수 모두 장중 최저점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 금융주 추풍낙엽
월가에 밀어닥친 '쓰나미'는 금융주 주가를 추풍낙엽으로 만들었다.

전날 파산을 신청한 리먼브러더스 주가는 94% 급락한 21센트에 거래돼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리먼은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했지만 파산보호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워싱턴 뮤추얼(와무)도 26.74% 폭락, 주가가 2달러로 내려왔다.



반면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피인수된 메릴린치 주가는 한때 25% 가까이 반등, 21달러 선에 거래돼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반영했다. 메릴린치의 인수가격은 주당 29달러. 그러나 장 후반 낙폭 확대를 견디지 못하고 0.1% 상승한채 장을 마쳤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합병에 따른 부담으로 21.3%급락했다.
S&P는 이날 뱅크오브 아메리카 등급을 하향했다.

5대 인베스트먼트 뱅크가운데 살아남은 두 곳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불안감을 비켜가지 못했다. 골드만 삭스는 12.13%, 모건스탠리는 13.54% 급락했다.



베어스턴스를 인수했던 J.P모간 체이스는 10.7% 내려섰다. 씨티도 15% 급락했다.

자구책 발표를 앞두고 있는 세계 최대 보험사 AIG의 주가는 60.79%폭락했다. AIG의 주가 폭락은 실적 악화에 따른 유동성 고갈에 대한 시장의 불안한 시선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 4분기 동안 185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은 세계 최대 보험사 AIG는 추가 자산 상각을 감당하기 위한 유동성 확충이 절실한 상태다.

제너럴일렉트릭(GE)가 실적 악화 우려로 8.04% 하락 5년래 저점으로 추락하는 등 제조업 주가도 금융쓰나미를 벗어나지 못했다.
S&P500종목가운데 상승종목은 24개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 유가 7개월래 최저, 달러 엔화 대비 1년래 최대폭 하락
금융시장 불안이 글로벌 경기 둔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석유 수요 감소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유가는 5달러 이상 급락했다.

국제유가가 미 금융시장 혼란의 여파로 하루동안 5%폭락, 배럴당 95달러선으로 내려섰다. 이는 종가기준 7개월만의 최저치이다.

15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5.47%(5.4%) 폭락한 95.71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배럴당 94.13달러까지 내려갔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신청과 메릴린치의 피인수, AIG의 유동성 위기등 미 금융시장
혼란으로 미국 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 하락의 요인이 됐다.
허리케인 아이크가 멕시코만 원유시설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것도 하락에 기여했다.

달러가치가 주요 통화대비 급락했다. 특히 미 증시가 폭락하면서 엔화에 비해서는 1년래 최대폭으로 폭락했다.

오후 4시23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0.48센트(0.33%) 상승(달러가치 하락)한 1.427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도 0.34% 상승했다.
미 금융시장 혼란으로 미국 경제 침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약세 요인이 됐다.



16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점도 작용했다.
연방 기금 금리 선물은 현재 16일 FOMC에서 2%에서 1.75%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는 데 64%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무려 3.13엔(2.89%) 폭락(엔화가치 상승)한 104.82엔을 기록중이다. 이날 미 증시에서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이상 폭락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딩 물량이 급속히 청산, 엔화 수요가 급증한 점이 엔화 폭등의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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