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관계자는 “리먼이 파산으로까지 몰리게 된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라며 “리먼 인수에 실패한 것은 아쉽지만 결과적으로는 산은에 불리할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산은은 리먼 인수를 추진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인지도를 상당 높일 수 있었다. 뉴욕 증시는 산은과 리먼의 인수협상 결과에 따라 크게 출렁거렸고 월가에 ‘산업은행’이라는 이름을 충분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산은이 잃은 건 없는 것 같다"며 "회계적으로 자산손실이 발생해야 '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다는 측면에서 큰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는 금융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산은은 리먼 인수를 강하게 밀어붙인 반면 금융위는 ‘신중해야 한다’며 여러 차례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금융위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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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산은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출범하지 않은 시점에서 정책금융의 특성, 지금 국내외 금융시장의 여건을 감안할 때 리먼 인수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사실상 산은의 리먼 인수에 대해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독당국간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채널이 있기 때문에 민간 금융회사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사인을 보낼 때는 좀더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리먼 인수 추진으로 인해 산은은 물론 금융당국 모두 남는 장사를 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