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뒤바뀐 운명…48시간의 '반전드라마'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09.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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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 리먼 대신 ML인수..리먼은 파산보호 신청

지난 주말 한편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주인공'이었던 리먼브러더스를 제쳐두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전격 합병됐다. BOA는 줄곧 리먼에 관심을 표명했던 터라 의외의 결정이었다. 또 거대 보험그룹인 AIG는 정부에 40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정작 갈 길을 찾지 못한 리먼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 메릴린치↑ 메릴린치


◇ 숨막힌 48시간…월가 '역사적 지각변동'



지난주 내내 시장의 관심은 '리먼'이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은 리먼의 새주인을 찾기 위해 주말 이틀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모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첫째날 회의인 토요일(13일) 저녁까지만 해도 오직 '리먼의 운명'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리먼의 사업부문을 쪼개서 매각해야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사업을 유지시켜 매각을 좀더 미뤄야 한다는 얘기까지 갖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그래도 둘째날(14일) 회의에선 뭔가 결정이 날 분위기였다. 미 정부가 아시아증시가 시작되는 월요일 전 매각안이 결정되도록 압력을 넣고 있어 앞서 회의는 보다 긴박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

영국 바클레이와 BOA가 리먼의 잠재적 인수자로 떠올랐지만 쉽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바클레이는 리먼의 투자은행이나 채권부문 등 비교적 실적이 좋은 사업부문 인수를 고집했고 BOA는 정부가 베어스턴스 때처럼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길 바랐다. 이에 대해 미 금융당국은 "리먼 매각에 공적 자금은 투입할 순 없다"고 못박았다.

리먼 매각이 여의치 않자 정부 측은 메릴린치로 타깃을 바꿨다. 잠재적 인수자들이 모두 리먼에 등돌리자 리먼보다 덩치가 큰 메릴린치라도 살려 금융시장 대혼란을 막아보자는 생각에서다.


정부 당국은 BOA에 주가가 급락한 메릴린치를 인수할 것을 적극 권고했다. 주인공이 리먼에서 메릴린치로 뒤바뀐 순간이다.

결국 리먼과의 인수 협상 불발된 지 몇 시간도 안 돼 BOA는 메릴린치와 14일 밤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승인했다. 메릴린치 이사회는 협상이 실패할 경우 월요일 주가가 폭락할 것을 우려해 만장일치로 합병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역시 메릴린치 인수자로 검토됐지만 모건스탠리 역시 모기지 부실 규모가 적지 않아 막판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산업은행등 외국 투자자 유치에 실패한 데 이어 마지막 희망인 BOA 바클레이 마저 외면한 리먼은 결국 현지시간 15일 새벽 파산을 선언했다.

ICP캐피털의 카를로스 멘데즈는 "화재 경보와도 같았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며 "월요일은 금융시장의 '최후의 심판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리먼브러더스↑ 리먼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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