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파산-메릴 매각, 다음은 누구?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9.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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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충격적 파산·매각에 대형은행들 건전성·신뢰 도마위에

미국 4위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다른 월가 대형 은행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월가의 빅5에 속하는 은행이 파산하기는 극히 보기드문 일이다. 예상치 못한 메릴린치의 매각 결정도 충격 그 자체였다. 그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AIG가 연준(FRB)으로부터 400억달러를 빌리기로 하는 등 대형은행들은 추락하는 신뢰를 막기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리먼 파산, 다른 메이저들도 불안하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리먼 때문에 다른 은행들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다'는 제목을 통해 월가를 강타한 공포를 대대적으로 다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FRB) 의장은 이날 ABC에 출연해 "다른 대형 은행들이 망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중앙은행과 정부가 위기를 겪는 모든 개별 은행을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극심한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지금 미국 정부는 대형 은행들의 실패를 모두 구제할 만한 돈이 없다. 지금의 금융시장 혼란을 해결할 만한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개별 은행들이 알아서 돈을 조달해야하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시장참여자들은 리먼과 사업구조가 유사한 대형투자은행 뿐 아니라 주가가 최근 폭락한 AIG, 워싱턴뮤추얼 등도 하루빨리 자금을 조달해야한다고 보았다.

◇투자은행 모델 실패했다
리먼의 파산, 메릴린치 매각이라는 충격에 쌓인 투자자들은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투자은행들을 특히 심하게 검열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베어스턴스가 JP모간에 팔린 것을 경험했다. 투자은행들은 신용경색으로 자금조달 창구가 막혀 유동성이 고갈되고 있다. 막대하게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 자산도 문제다.


루비니 교수는 "메릴린치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매각됐는데, 이 문제는 모간스탠리나 골드만삭스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거명했다. 브로커와 딜러로 구성된 투자은행들의 근본 모델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RBC 캐피털의 제라드 캐시디 애널리스트는 "투자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을 시장가격대로 정확하게 평가한다면 대규모 자금조달 없이는 소화할 수 없는 가치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만 삭스, 모간스탠리 실적 주목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실적이다. 리먼의 청산 결정은 이번 분기중 40억달러 가까운 순손실을 입었다는 발표 직후 나왔다. 분기 연속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또 당분간 큰 반전이 없을 게 확실시되는 리먼에 투자할 사람들은 없었다.

CNN머니는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등 남아있는 대형 투자은행 역시 실적을 통해 '건강함'을 보여줘야한다고 지적했다. 두 은행은 분기 이익은 유지하겠지만 이익의 규모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널리스트의 실적 전망을 취합하는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오는 18일 주당 1.87달러의 이익을 발표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일년전에 비해 69% 줄어든 것이다. 한달전 골드만에 대한 이익 추정치는 주당 3.33달러였다.

17일 이익을 발표하는 모간스탠리는 주당 78센트, 1년전에 비해 43% 줄어든 순이익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됐다.

모기지자산 투자로 인한 손실이 커지고 있으며 증시 침체에 따라 기업공개(IPO)도 일년전에 비해 82%나 급감해 투자은행들의 수익성은 부쩍 악화되고 있다.

◇AIG 전격적인 400억 조달 계획
투자은행 뿐 아니라 서브프라임 손실이 큰 최대 보험사 AIG, 자금조달이 어려운 저축대부업체 워싱턴 뮤추얼(WM)도 의심의 도마에 올랐다. 이들 금융기관 주가는 폭락했고 이는 자금조달 가능성을 한층 떨어뜨렸다. 지난주 S&P는 AIG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AIG는 1년간 담보 없이 짧게 빌리는 '브리지 론' 방식의 계약으로 4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연준으로부터 대출할 전망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AIG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대변한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AIG는 당초 자금 조달을 위한 자산 매각 발표를 앞당길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IG가 오는 25일쯤 자구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12일에만 주가가 31% 폭락하는 등 시장 충격이 깊어지자 15일 컨퍼런스콜을 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M은 현재 2270억달러 상당의 부동산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서브프라임 관련 대출은 161억달러. 비중은 크지 않다. 6월말 기준 예금은 1819억달러다. 아직 일반 고객들의 예금은 크게 이탈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고객들의 예금이 WM에는 상당한 보호막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적 발표, 구조조정, 자금조달 등 은행들이 제시한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경우 대마불사의 신화를 깨는 은행은 더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은행들의 압박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리먼이 인수자를 못찾고 결국 파산될 정도인데, 그보다 순위가 낮은 은행들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지' 불신이 팽배한 것이다. 올들어 11개 중소은행들이 문을 닫았다. 지방은행들의 파산도 꼬리를 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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