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파산 "혹시 다른 대형은행들도…"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9.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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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파산 계기로 메이저들 유동성 의심 확산

미국 4위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다른 대형 은행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월가의 빅5에 속하는 은행이 파산하기는 극히 보기드문 일이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리먼 때문에 다른 은행들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다'는 제목을 통해 월가를 강타한 공포를 대대적으로 다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FRB) 의장은 이날 ABC에 출연해 "다른 대형 은행들이 망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펀은 중앙은행과 정부가 위기를 겪는 모든 개별 은행을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선 투자은행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신용경색으로 자금조달 창구가 막힌 투자은행들의 유동성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하게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 자산도 문제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금 미국 정부는 대형 은행들의 실패를 모두 구제할 만한 돈이 없다. 지금의 금융시장 혼란을 해결할 만한 심플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메릴린치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매각됐는데, 이 문제는 모간스탠리나 골드만삭스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거명했다. 브로커와 딜러로 구성된 투자은행들의 근본 모델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RBC 캐피털의 제라드 캐시디 애널리스트는 "투자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을 시장가격대로 정확하게 평가한다면 자금조달 없이 소화할 수 없는 가치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실적이다. 리먼의 청산 결정은 이번 분기중 40억달러 가까운 순손실을 입었다는 발표 직후 나왔다. 분기 연속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또 당분간 큰 반전이 없을 게 확실시되는 리먼에 투자할 사람들은 없었다.

CNN머니는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등 남아있는 대형 투자은행 역시 실적을 통해 '건강함'을 보여줘야한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두 은행은 다시한번 이익을 잘 내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익이 크게 줄고 있다는 게 문제다.

애널리스트의 실적 전망을 취합하는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오는 16일 주당 1.87달러의 이익을 발표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일년전에 비해 69% 줄어든 것이다. 한달전 골드만에 대한 이익 추정치는 주당 3.33달러였다.

17일 이익을 발표하는 모간스탠리는 주당 78센트, 1년전에 비해 43% 줄어든 순이익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됐다.

모기지자산 투자로 인한 손실이 커지고 있으며 증시 침체에 따라 기업공개(IPO)도 일년전에 비해 82%나 급감해 투자은행들의 수익성은 부쩍 악화되고 있다.

투자은행 뿐 아니라 서브프라임 손실이 큰 최대 보험사 AIG, 자금조달이 어려운 저축대부업체 워싱턴 뮤추얼(WM)도 의심의 도마에 올랐다. 15일 자구안을 내놓을 예정인 AIG 주가는 지난주 폭락했다. 주가 폭락은 자금조달의 가능성을 한층 떨어뜨린다. 지난주 S&P는 AIG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는 등급하향을 피하기 위해 AIG가 연준에서 400억달러를 대출받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M은 현재 2270억달러 상당의 부동산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서브프라임 관련 대출은 161억달러. 비중은 크지 않다. 6월말 기준 예금은 1819억달러다. 아직 일반 고객들의 예금은 크게 이탈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고객들의 예금이 WM에는 상당한 보호막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적 발표, 구조조정 등 자사가 제시한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경우 대마불사의 신화를 깨는 은행들은 더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은행들의 압박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리먼이 인수자를 못찾고 결국 파산될 정도인데, 그보다 순위가 낮은 은행들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지' 불신이 팽배한 것이다. 올들어 11개 중소은행들이 문을 닫았다. 지방은행들의 파산은 꼬리를 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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