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 쓰나미 "투자은행 빅5중 2개 남았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08.09.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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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리먼·메릴 역사속으로… 모기지 은행권도 도미노 지속

미국 금융권 위기의 끝은 어딘인가.
지난 한 달여간 인수합병설만 무성했던 리먼브러더스는 끝내 청산 절차를 밟고 메릴린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로 팔렸다. 한때 위용을 뽐내던 투자은행 '빅5'중
간판을 유지하는 곳은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단 2곳뿐이다.

◇컨트리와이드 인수... 올해 금융권 붕괴 신호탄



2007년 7월 베어스턴스가 2개 헤지펀드의 손실을 고백하며 서브프라임 위기가 표면화된뒤 거대 금융사의 인수설이 나온 것은 컨트리와이드건이 처음이다.

BoA는 지난 1월 컨트리와이드 주식 1주당 0.1822주의 BoA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약 40억달러를 투자해 컨트리와이드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당시 BOA의 선택이 잘한 것이냐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컨트리와이드 주가가 BOA에 비해 20%나 싸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BOA가 인수를 철회하거나 인수 제안가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해왔다.

전문가들은 "26년래 최악의 미국의 주택시장이 앞으로도 침체국면을 이어가면서 컨트리와이드의 가치를 더 떨어뜨릴 것"이라면서 "컨트리와이드의 가치는 BOA의 평가보다 낮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베어스턴스, 재무부와 연준을 끌어들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끊임없이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던 베어스턴스는 올 3월 이례적으로 FRB와 재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등 시장 감독관련 부처로부터 긴급 구제자금을 수혈받게 됐다.

당시 연준은 성명에서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금융시스템의 정상적 작동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만큼의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어스턴스에 대한 자금지원은 1930년대 대공황기에 제정된 연방은행법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이같은 규정은 지금까지 거의 사용된 적이 없었다.



이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만큼 신용위기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 금융권의 붕괴는 이 때부터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진행됐다.

◇패니-프레디에도 자금 수혈

이 달 초에는 미국의 양대 국책모기지업체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넘어졌다. 미 정부는 단계적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해 재무상태를 개선하는 한편, 정부관리 체제로 두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이룬 뒤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두 모기지업체를 구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가 베어스턴스 사태에 이어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부담을 감수하고 나선 것은 두 회사를 계속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의 경색과 채권 가치 하락에 따른 보유 금융기관들의 연쇄 부실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미 재무부가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두 회사 구제를 위해 투입될 금액은 각각 1000억달러씩로 구제 금액은 최대 2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500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는 두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높임으로써 금융기관들이 연쇄 부실화하는 도미노 현상을 막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미 정부는 기대했다.



◇은행 파산은 갈수록 늘어나고...

금융권 붕괴 현상은 최근 은행권 위기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나타났다. 미국의 지난 2분기 부실은행 숫자가 117개를 기록,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

부실금융 기관의 자산규모도 1분기말 260억달러에서 780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FDIC에 따르면 예금보험대상인 8600개 은행 및 저축은행의 2분기 순익은 49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368억달러에서 87% 급감했다. 이는 1991년 이후 두번째로 적은 순익 규모다.



순익은 줄어든 반면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 쌓아둔 돈은 증가했다. 이들 은행은 2분기 모기지 및 여타 자산 부실로 인해 502억달러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4억달러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부실 은행이 늘어난 만큼 은행 파산도 증가했다. 올들어 인디맥 등 11개 은행이 문을 닫았다. 파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이후에만 5개 은행이 파산을 선언했다.

올해 폐업한 은행 중 최대 규모인 인디맥의 파산으로 연방 예금보험기금 약 89억달러가 날아간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망치 40억~80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

정부가 이례적으로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음에도 금융권 붕괴 현상은 멈추질 않고 있다.

일단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이번 메릴린치의 인수합병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BoA와 메릴린치의 전광석화같은 결합에는 시장 붕괴를 우려한 당국의 압력과 중재가 작용했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



지난 주말부터 리먼 처리를 위한 일련의 협상에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간여해 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미 금융권 붕괴 1년여, 리먼과 메릴 붕괴에도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며 나서고 있지만, 붕괴의 '도미노현상'이 멈출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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