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리먼, 신용위기와 함께 사라진다

김유림 기자 2008.09.13 12:02
글자크기

이번주 일요일 매각발표될 듯

'전설'리먼, 신용위기와 함께 사라진다


월가의 전설 리먼브러더스가 다음주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은 주말 내내 리먼 본사에서 매각안의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158년 역사의 리먼브러더스 운명이 저물 순간이 눈 앞에 있다.

리먼은 창업자 헨리 리먼이 1844년 독일 림파르에서 미국 앨라바마로 이주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여기서 그는 직물과 포목을 몽고메리의 면화 농가에 직접 판매하는 포목상을 열었다.



'전설'리먼, 신용위기와 함께 사라진다
헨리 리먼(사진)은 면화 농가와의 매매업에서 상품 브로커리지로 사업을 확대시켰고 이후 펜실베이니아철도(Pennsylvania Railroad) 건설 자금을 파이낸싱업에 뛰어들며 금융업의 토대를 쌓았다. 남북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창립돼 미국의 철도 건설 파이낸싱을 주도하는 등 리먼의 역사는 미국 경제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먼브러더스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초기부터 정부와 기업 채권을 거래하면서 월가 하우스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이후에도 위기는 숱하게 찾아왔다. 기술주 거품 붕괴와 회사의 내부 분열 등 위기 상황을 겪었고 심지어 2001년 9.11 테러 때는 본사가 있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붕괴되기도 했다.



'전설'리먼, 신용위기와 함께 사라진다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리차드 풀드(사진)는 지난 15년간 리먼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투자은행과 웰스매니지먼트 사업부문 등을 보강했고 해외 영업망을 확충했다. 그 결과 리먼브러더스의 순익 중 절반 이상은 미국 시장 밖에서 벌어들일 수 있었고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겨룰 만한 투자은행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덩치가 커지면서 부동산 투자로 관심을 돌려 결과적으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미국 주택시장 붕괴와 세계 경기 둔화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30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상각하기에 이르면서 리먼의 운명은 풍전등화로 전락했다.

리먼은 이번주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자 상업용 부동산 자산 분사, 자산운용부문 지분 매각, 배당금 삭감 등 자구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미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순 없었다.


미 정부와 리먼브러더스, 인수 후보자들은 회사를 매각하기 위한 긴반학 회의에 돌입해 다음주 아시아 금융시장이 열리기 전인 주말 매각발표가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인트존스대학의 앤서니 사비노 교수는 "기적이 아닌 한 리먼을 현재 있는 모습 그대로 월요일 아침에 다시 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나 바클레이 등 잠재 인수 후보자들은 리먼의 투자은행 부문이나 채권 부문만 원하고 있다. 현재 재무상태를 봤을 때 모기지 사업부문이나 부동산 부문은 헐값(pennies on the dollar)에 팔릴 확률이 높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