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님 고객께 직접 설명하세요

머니투데이 홍찬선 MTN 부국장대우 2008.09.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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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박현주 회장께 드리는 공개 편지

박현주 회장님 고객께 직접 설명하세요


박현주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우선 항상 미래에셋그룹과 한국의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계시는 회장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동안 불모지나 다름없던 자산운용시장을 만들어내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홍콩 인도 싱가포르 미국 브라질 등을 바쁘게 오가시는 모습은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박 회장님과 미래에셋이 잘 돼야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박 회장님과 미래에셋이 잘 하는 것은 잘 한다고 하되,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미래를 위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듣기에 거북한 비판도 하곤 했습니다.



박 회장, 지인들에만 "지금은 환매할 때 아니고 중국 펀드 가입했다"고 밝혀

오랜만에 박 회장님께 공개편지를 쓰는 것은 9월 들어 언론에 보도된 2가지 일을 보고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하나는 지난 4일 박 회장님이 주재한 미래에셋금융그룹 대표회의에서 “최근 위기설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과장됐고 펀더멘털에는 이상이 없다. 펀드를 환매하는 것도 성급하며 현 시기가 적극적으로 펀드에 가입하여야 할 시기다”라고 밝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 회장이 “최근 들어 중국 관련 펀드에 가입했고 추가로 다른 펀드에도 가입할 계획이 있다”고 공사석에서 밝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박 회장님의 이런 견해 자체에 대해선 이렇다할 토를 달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시장에 대한 의견과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박 회장님께서 의견을 밝히는 방식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룹 대표자회의나 지인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견해를 밝히고, 그것이 간접적으로 기사를 통해 전달되도록 하는 것보다 박 회장이 직접 나서서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에셋이 판매한 펀드잔액은 지난 9일 현재 60조8049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계좌수는 594만개나 됩니다. 한 사람이 몇 개의 펀드를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수백만 명이 미래에셋 펀드에 가입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래에셋 펀드의 1년 수익률은 대략 마이너스 20%에 이르고 있습니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주식성장형 펀드는 평균 -20.2%, 국제 주식형펀드 평균은 -23.07%(2007년 9월10일~2008년 9월10일 기준)입니다. 피땀 흘려 벌고, 먹을 것 입을 것 아껴서 모은 돈, 자녀의 교육을 위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은퇴 후에 보다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내기 위해 미래에셋 펀드에 맡긴 돈이,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수백만 명의 투자자들은 자신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박 회장님은 그런 투자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내 펀드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각오를 명확히 밝힐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주위 사람들에게 ‘지금은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니 환매하기보다 오히려 더 가입해야 한다’는 희망사항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나서 이렇게 어렵게 된 것에 대해 설명하고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해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최고의 자산운용회사가 되겠다고 하는 박 회장님에게 어울리는 일입니다.

박 회장님과 미래에셋은 IT버블이 거세게 불었던 1999년에 수익률 100%의 신화를 이룩한 뒤, 2000년에는 ‘반토막의 고통’을 겪었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불었던 적립식펀드의 열풍으로 박 회장님과 미래에셋은 아시아 최고의 자산운용사의 문턱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박 회장님과 미래에셋은 2000년의 추억에 시달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박 회장 '쉬운 일'이 아니라 '옳은 일' 선택해야

금융은 고객의 신뢰를 먹고 자랍니다. 고객의 사랑을 받으면 발전하지만 신뢰를 잃으면 서 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박 회장님과 미래에셋은 2000년부터 몇 년 동안 그런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며칠 있으면 추석입니다. 이번 추석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보다는 어려움을 더 생각나게 할 것 같습니다. 주가는 많이 떨어지고,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인데다 실업자도 늘고 있는 탓입니다. 박 회장님도 이번 추석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짧은 추석 연휴이지만, 연휴동안 박 회장님을 믿고 아들딸 교육시킬 돈, 내집 마련할 돈, 노후생활을 준비할 돈을 기꺼이 맡겼던 수백만명의 투자자들에게 고통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책을 마련해 추석 뒤에 공개해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해리포터 4권에는 마술학교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의 이런 말이 나옵니다. “선택은 (선과 악이 아니라) 옳은 것과 쉬운 것 사이의 선택”이라는 말입니다.

너무 어려운 부탁을 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미래에셋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해났다며 한탄하고 원망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편지를 씁니다. 그냥 있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 쉬운 일이라는 생각에 따른 것입니다.

혜량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건강하시고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2008년 9월11일 홍찬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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