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지을 돈으로 기숙사 세운 사장님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8.09.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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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꿈땀]홍성대 일신랩 대표

공장 지을 돈으로 기숙사 세운 사장님


작가 플로베르는 "성공이란 결과이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신만의 신념이나 목표를 향해 노력하다 보면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 오기 마련이다.

동결건조기, 초저온냉동고 등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기업 일신랩의 홍성대(49) 대표가 처음 창업할 때 목표는 이랬다. “외산만큼 좋은 물건을 외산보다 훨씬 싸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 애프터서비스
 
홍 대표는 외국산 동결건조기를 수입 판매하는 회사의 애프터서비스(A/S) 담당 엔지니어 출신이다. “원래 A/S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제가 일하던 회사는 재구매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 고객만을 위주로 서비스를 했습니다. 반면 학교 같이 ‘돈 안 되는 곳’에서 요청이 와서 출장보고서를 올리면 번번이 취소되기 일쑤였죠. ‘정말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돈 안 되는 고객’들은 업무가 끝난 저녁이나 휴일에 약속을 잡아 사후관리를 해줬다. “그렇게 하다 보니 고객들의 믿음을 얻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동결건조기 제품의 견적서를 봤는데, 이게 정말 엄청나게 값이 비싼 겁니다. 전 A/S를 하다보니 기계에 대한 지식만큼은 자신이 있었습니다. 원가 산출과 시장조사를 해보고 나서 1988년 과감하게 독립했습니다.”
 
자본금은 전세를 사글세로 바꿔 마련한 500만원이 전부였다.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은 기존 제품을 수리하며 회사 운영비와 개발비를 조달했습니다. A/S를 하면서 신뢰를 쌓아뒀던 고객들이 계속 찾아주셔서 어려움 속에서도 다행히 회사를 꾸려갈 수 있었습니다. 퇴근시간도 없이 개발에 매달렸는데 고생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 세계 일류
 
동결건조기를 드디어 자체 개발했다. 하지만 영업은 쉽지 않았다. “브랜드가 없어서, 오히려 싸다고 사주지 않았습니다. 자리를 잡는데 또 몇 년이 걸렸습니다. 우수한 제품력을 인정받아 조달청을 통해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고객들이 찾기 시작하더군요.”
 
2005년 일신랩의 동결건조기 제품이 세계일류상품에 지정됐다. 정부의 신제품인증(NEP)도 받았다. 유럽에 수출하기 위한 인증마크도 따냈으며, 최근엔 미국 조달청(GSA)에도 공급자로 공식 등록했다. “우리 회사는 외산 위주의 국내시장을 약 15% 정도 지켜내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때문에 외산 동결건조기 가격이 아직도 약 20년전 수입되던 그 수준에서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점이 저의 큰 보람입니다.”
 
그의 눈은 아직도 저 먼 곳에 있었다. “일단 국내 시장 점유율 50%를 향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생명공학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메이저 브랜드로도 도약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갈 길이 멀지만, 제가 앞서 길을 닦으면 후배들이 그 다음을 잘 이어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일신랩의 양주 본사 공장엔 깔끔한 4층 건물이 별도로 서 있다. 처음엔 그 곳이 사무실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사무실은 공장 안에 있었다.



“미혼 직원들을 위한 기숙사입니다. 공장 1개동 지을 돈을 투입해 따로 만들었지요. 기술개발 연구원들을 위한 기숙사는 본사 인근 산속에 따로 지었고요. 예전 제가 총각 시절에 다니던 회사의 기숙사가 있고 싶지 않을 정도로 더러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나중에 사장이 되면 직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좋은 기숙사를 지어 줘야겠다고 결심했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 뿐입니다. 직원들이 편히 잘 쉬어야 우리 회사도 잘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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