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대형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고 산업은행마저 리먼브러더스 지분인수를 포기한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와병설까지 나돌면서 외평채 발행이 난기류에 휩싸인 때문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오는 1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10년만기 외화표시 외평채 10억달러 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외평채 가산금리란 미 국채수익률에 더해지는 금리를 말하는 것으로, 국내 금융사나 기업들이 외화를 빌릴 때 기준(벤치마크) 금리가 된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낮게 결정될 경우 국내 금융사와 기업들의 외화조달 여건이 개선되고, 최근 금융시장을 강타한 '9월 위기설'을 가라앉히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홍콩 등 아시아시장에서 5년 만기 외평채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 5일 1.35%포인트에서 8일 미 정부의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2000억달러 구제금융 발표로 1.25%포인트 수준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10일 리먼브러더스의 3분기 대규모 손실 우려가 부각되면서 다시 140bp 이상으로 뛰었다. CDS 프리미엄은 해당 채권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9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는 10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리먼브러더스의 주가가 45% 폭락하면서 금융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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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메릴린치는 리먼브러더스가 3분기에 주당 6.5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리먼브러더스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설도 외평채 발행 여건에 부정적인 변수로 가세했다. 북한의 체제 불안정에 대한 우려로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북한 체제붕괴 가능성을 한국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외평채 자체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라면서도 "다만 리먼브러더스 문제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데 대한 우려들이 많아 여건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을 피해 외평채 발행시점을 수일간 미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철수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외평채 가산금리는 민간업체들의 외화조달 때 기준이 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금융시장 불안으로 가산금리가 높게 책정된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럴 때에는 발행을 연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