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빚 갚아주세요" 경영권 파는 중기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8.09.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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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차손으로 유동성 압박 하루 수십개 M&A 매물 나와

그룹 계열사에 전자부품 납품중. 경영권 및 최대주주 지분양도 희망-OOO사
친환경 실내재 생산업체. 부채 20억원 대납하는 조건으로 매각가능-XXX사
연매출 50억원 의류생산업체. 지난해까지 매년 6억~10억원 순이익. 주주 모집-△△△사

키코 손실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들이 M&A(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대거 쏟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규모가 적었던 곳은 금융권 자금차입으로 버티고 있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유동성에 심한 압박을 받은 나머지 경영권을 내 놓는 곳이 속출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키코(KIKOㆍKnock-In, Knock-Out)란 중소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이다.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등락에 따른 수출입 외환손실을 막기위해 키코에 가입했지만, 투자수단으로 활용한 곳도 많았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서 피해가 컸다.

15일 M&A업계에 따르면, 최근 최대주주 지분 및 경영권 양도를 희망하는 중소기업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 십 곳의 중소기업들이 M&A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걸로 알고 있다"며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이 아니라, 키코 손실에 따른 유동성 압박을 견디지 못해 투자자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매물로 등장한 업체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환차손이 크게 늘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3년간 총 8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올 들어서는 70억원대의 환차손이 발생, 경영권까지 매각한 A사가 대표적이다.


A사 대표이사였던 김 모씨는 "거래관계가 있는 기업을 통해 키코를 처음 접했는데, 시간이 갈 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손 쓸 도리가 없었다"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분을 매각했고,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그는 "올 초만 해도 기업공개를 준비할 정도로 탄탄했던 회사였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반도체 장비관련 업체인 B사는 키코에서 입은 40억원 손실을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회사 경영권을 매각하는 딜을 얼마전 체결했다. 코스닥 업체인 C사는 최대주주가 회사지분을 맡기고 20억원을 차입하되, 자금주가 보유한 IT업체의 우회상장을 돕기로 했다.

이들은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 9월 위기설 및 증시침체로 투자시장에 냉기가 부는 탓에, M&A시장에서 실제로 성사되는 딜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전언이다.

M&A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영업이익은 꾸준하지만 일시적으로 발생한 키코손실을 감당할 정도의 자금력은 없다"며 "최대주주나 경영진 입장에선 부도를 두고 볼 수 없어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투자는 위축된 반면, 키코에 타격받은 기업매물은 증가하는 추세여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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