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리먼이 사고쳤지만...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9.1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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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극도의 비관론 접어, S&P500 14% 상승 전망

리먼이 결국 사고를 쳤다. 산업은행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자금 조달 문제를 타파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자 하루밤새 무려 45%나 폭락했다.

이 영향으로 다우지수 30종목에 속한 금융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금융기관 중 가장 높은 CDS(크레딧디폴트스왑) 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는 AIG는 부실상각 확대 우려가 제기되며 19.3% 급락, 지난달 25일 기록한 연저점을 뚫고 내려갔다.



소비침체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아멕스카드가 5.6%, 세계 최대은행인 씨티그룹이 7.1% 급락했고 BOA(-6.4%), JP모간(-5.0%)도 하락했다.
채권보증회사인 암박과 MBIA도 각각 20.6%와 13.0% 떨어졌다.

금융주 비중이 16.1%로 가장 많은 S&P500 지수는 연중 최대 낙폭인 3.41% 추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가 이틀 연속 하락하며 연저점을 경신했고 D램반도체지수(DXI)는 11일째 하락행진을 이어갔다.



전날 미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양대 모기지회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조치를 발표하면서 상승했던 주가 이상으로 하루만에 하락세로 돌변함에 따라 지난 3월 베어스턴스 구제책 발표 이후 방향을 돌렸던 증시 움직임을 다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가 오는 18일 3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11일 4분기 실적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파산 여부에 대해 속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주가가 급락했지만 국제유가(WTI) 등 상품가격 하락세가 추세로 굳어지고 있는 등 인플레 우려를 완화시키고 경제 펀더멘털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기반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WTI는 배럴당 103달러선까지 하락하며 100달러선 붕괴도 시간문제임을 확신시키고 있다. 두바이유가는 이미 100달러선이 붕괴됐다.
CRB상품지수는 8일 연속 하락세를 펼쳤다.

미국 금융권 부실 문제가 당장 풀리지 않더라도 올 4분기부터 경기 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증시 전망은 비관적이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2007년 후반부터 고수하던 극도의 비관론을 접고 중립으로 관점을 바꿨다.

주택, 소비, 금융 문제 등 매크로적인 역풍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강세추세로의 반전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기업이익과 경제성장률이 내년 1분기에 바닥을 칠 것이고 주가는 그보다 4∼6개월 전에 최저점을 기록하는 경험에 비추어 S&P500 지수가 140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날 저점대비 14.3%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이 된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운데 미국 경기 호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의 주식시장이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면서 "지난주 공포국면에서 형성된 코스피 저점(1393p)이 연중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상승 사이트카가 발동될 정도로 주가가 폭등했던 8일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증했고 전날의 경우 거래량이 4억4000만주까지 확대됐다는 것은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저점에서 거래량 및 거래대금의 증가를 수반하는 주가 상승세는 단순한 베어마켓 랠리가 아닌 추세반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쿼드러플위칭을 하루 앞두고 미증시 급락에 따라 또 한번 코스피증시의 하락출발이 예상되는 데 관심을 둬야할 곳은 외국인 대차거래 종목이다.



외국인의 보유비중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차잔액 증가는 셀코리아가 아닌 단기 매도 성격이 짙은 것이지만 지속적인 대차잔액의 증가는 분명한 시장수급 압박요소다. 특히 외국인 대차잔액이 주가 반등국면에서 집중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외국인의 단기 시황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8일 주가 폭등시 대차잔액 변화가 생긴 종목도 등장하는 등 일방적이던 대차잔액 증가 추이에 변화가 생기고 있기 때문에 종목을 선별해 대응하면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일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금융주와 건설주를 중심으로 숏커버링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외국인이 공매도 후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자 손절매를 위한 숏커버링에 진입한 종목으로 우리투자증권 (14,160원 ▼40 -0.28%), LIG손해보험 (32,800원 ▲50 +0.1%), 우리금융 (11,900원 0.0%), 대림산업 (40,500원 ▼950 -2.29%), 현대건설 (30,550원 ▼400 -1.29%)을 꼽았다.



그러나 국민은행 (0원 %), 코오롱 (14,700원 ▼30 -0.20%), SK에너지 (114,800원 ▲3,800 +3.42%), GS (44,400원 ▼400 -0.89%), 현대제철 (24,300원 ▼100 -0.41%), 삼성전기 (136,600원 ▲3,600 +2.71%) 등은 외국인이 공매도를 늘리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베어스턴스 유동성 지원 당시의 학습효과가 재현된다면 신용위기 완화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은행 및 건설 업종을 중심으로 한 단기 매매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한가지 부담스런 부분은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유입 둔화 가능성이다. 주가가 고점대비 30% 이상 큰 폭으로 하락해 본격적인 환매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신용위기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현시점에서 탄력적인 자금유입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지난 4월~5월처럼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경우 손실규모를 축소하려는 투자자들의 환매규모가 자금유입규모보다 많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투신권과 시장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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